I’m back
새로운 스마트폰을 들고 등장한 팬택은 ‘내가 돌아왔다’는 이 한 문장으로 충분히 설명이 될지도 모른다. 2014년 11월 베가 팝업노트를 끝으로 스마트폰 시장을 떠난 팬택은 여러 번의 매각 시도와 청산 절차를 밟다가 신설 법인의 인수를 통해 되살아났고 스마트폰 시장으로 복귀했으니 말이다. 때문에 무덤 속까지 들어갔다가 살아 돌아온 사람처럼 팬택 역시 완전한 사업 철수 이후 1년 7개월 만에 다시 돌아왔다는 점에서 부활이라는 말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다. 심지어 팬택이 새로 공개한 스마트폰의 모델명은 스카이 IM-100. ‘I’m Back’을 함축한 모델명이다 보니 스마트폰 사업으로 복귀하는 팬택에 초점을 맞추기는 쉬웠다.
스마트폰 시장으로 돌아오면서 팬택의 또 다른 브랜드도 돌아왔다. 그것은 베가(Vega)가 아니다. ‘스카이’(SKY)만 돌아왔다. 스카이는 팬택의 휴대폰 브랜드였다.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면서 시리우스를 거쳐 베가를 스마트폰 브랜드로 못을 박았던 팬택이다. 새로운 시장에 맞는 브랜드 개척을 위해 스카이를 버렸던 팬택은 베가 대신 스카이라는 이름을 선택한 것이다. 자기 색깔이 부족했던 베가보다 그래도 팬택 휴대폰의 독창성이 강했던 스카이를 부활시킨 것은 반가운 일이다. 베가보다 스카이의 이미지가 팬택을 기억했던 수많은 이들에게 더 강했던 것도 한 몫 했다.
무엇보다 팬택의 사람들이 돌아왔다. 팬택 IM-100은 외주로 만든 제품이 아니다. 어쩔 수 없이 팬택의 사원증을 반납하고 떠났던 그들이 돌아와 기획하고 만든 첫 제품이다. 물론 모두 돌아온 것은 아니다. 그 일부가 돌아왔을 뿐이지만, 그들이 또 다른 일부를 불러들일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그렇게 팬택은 돌아왔다.
It’s different
그런데 팬택 스스로도 스마트폰 사업 복귀를 축하할 법한데, 22일 기자 간담회는 의외로 차분하고 조심스러운 분위기로 치렀다. 팬택의 부활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무엇을 위해 돌아왔는가에 더 신경쓰는 모양새다. 문지욱 팬택 사장은 IM-100에 대해 ‘팬택이 스마트폰 시장에 돌아왔다’보다 ‘고객에게 돌아갔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만큼 이날 발표회에서 다른 의미를 담으려 했다.
그도 그럴 듯이 이제 팬택도 예전 같은 삶을 살 수는 없다. 베가 팝업노트를 낼 때까지 삼성과 LG 같은 제조사와 경쟁했던 시절의 실수를 반복하면 안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이제 중국, 일본 제조사들과 국내 시장에서 경쟁도 불가피하다. 이들을 모두 상대하면 이용자보다 경쟁사의 눈치를 봤던 과거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팬택은 이를 경계한다. 문지욱 팬택 사장은 “시대를 앞서 가는 제품만 생각했던 과거의 행동에 대해 반성한다”는 말부터 꺼낸 것도 경쟁을 생각해 지나치게 신기능에만 집착하다보니 고객에게 맞는 제품을 내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때문에 이번 제품은 일상의 평범함을 추구하는 컨셉이다. 물론 기능이 없거나 개성을 없앤 것은 아니다. 종전처럼 이용자가 배제된 경쟁은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용자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소비가 많은 것을 담아 냈다.
흥미로운 것은 이번 제품에 브랜드도 새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IM-100의 정면과 뒤면 어디에도 스카이라는 브랜드가 없다. 그 뿐만 아니다. 이를 유통하는 이통사(SK텔레콤, KT)의 로고도 없다. 모델명마저 없다. 만약 인증 표시법이 통과된 뒤에 IM-100이 나왔다면 후면에 있는 KC 인증 표시도 없었을 게다. 브랜드를 알려야 하는데 오히려 브랜드를 알리지 않는다. 의외의 결정이다. 이에 대해 문지욱 팬택 사장은 “이 제품은 팬택의 부활을 알리는 제품이 아니다”고 말한 뒤 “고객 앞이 아닌 옆에서 공존하면서 그 삶을 위로 하기 위한 바람을 담은 제품”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한다.
이렇게 생각을 바꾸니 확실히 제품도 달라졌다. 이제야 팬택의 색깔을 가진 제품이 나온 듯하다. ‘It’s different’를 기다린 이유는 이것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제 남은 것은 떠났던 팬이 돌아오는 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