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처리 성능, 풍부한 램, 넉넉한 저장 공간,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지문 인식 기능… 요즘 나오는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경쟁은 끝 간데 없이 펼쳐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용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기는 쉽지 않다. 최신 기술을 담은 플래그십도 이럴 정도이니 중저가 스마트폰은 오죽할까 싶지만, 팬택이 들고 온 ‘스카이 IM-100’은 다른 답을 제시한다. 분명 최고 성능도, 최신 기능도 없는 이 제품이 결코 싫지 않기 때문. 어쩌면 짧은 시간 접한 첫 인상치고는 너무 후한 평가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진심이다. 생각보다 느낌은 좋다. 물론 IM-100과 연동하도록 설계한 스톤을 포함해 40만원대 중반의 출고가를 감안한 점도 있다.
IM-100의 반쪽, ‘스톤’
사실 스마트폰 제조사가 잘 만들어 하는 것은 역시 스마트폰이다. 어차피 이용자가 사는 것은 스마트폰이지 그 이외의 주변 장치가 아니니까. 주변 장치들은 필요하면 쓰고 아니면 그만이다. 그런데 스카이 IM-100은 스마트폰 본체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처음부터 스카이 IM-100과 함께 기획한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스톤’이다. 스카이 IM-100은 스톤과 함께 기획했고 스톤이 있어야만 모든 기능을 제대로 다룰 수 있다. 물론 스톤이 없어도 일상에서 이용하는 데 지장은 없지만, 아무래도 스톤이 있다면 더 나은 이용자 경험을 얻을 수 있다.
스톤은 무선 충전 기능을 가진 블루투스 스피커다. 스톤 위에 스카이 IM-100을 올려 놓으니 잽싸게 충전을 시작한다. IM-100에 내장한 음악을 듣는 것도 어렵지 않다. 작은 덩치지만 APT-X 코덱과 우퍼까지 넣어 소리는 제법이다. 스톤 자체도 배터리를 내장한 터라 외부에 들고 나가서도 전원 없이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블루투스 스피커에 무선 충전을 얹은 아이디어는 좋다.
여기에 IM-100과 스톤을 함께 쓰면 몇 가지 특이한 기능을 다룰 수 있다. 모닝콜이나 출근 준비 알람은 기본, 문자 같은 알림이 왔을 때 스톤의 조명등을 통해 어떤 앱의 알림인지 알려주고 취침 모드를 켜면 서서히 조명과 음량을 줄이는 기능도 갖고 있다. 스톤의 조명은 이용자가 IM-100에 설치한 앱에서 직접 조절할 수 있고, 출근 알림이나 취침 모드 설정도 모두 이 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휠, IM-100의 신의 한 수
제품을 만드는 이들은 누구나 어떻게 차별화된 모양을 낼까 고심하기 마련이다. 팬택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하지만 제품에 멋을 내지 않으면 단순해서, 이래 저래 모양을 내면 복잡해서 싫다는 소리가 나오기 마련이다. 그러니 균형을 잡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스카이 IM-100도 정면에서 보면 정말 밋밋하다. 전면 카메라와 조도 센서 외에 덜렁 화면만 보일 뿐 형태는 거의 직사각형에 가깝다. 옆에서 봐도 그렇다. 요즘 스마트폰치고는 좀 두터운 느낌이고 모든 면이 밋밋하다. 그나마 아래쪽은 USB 단자와 스피커가 있어 좀 다르지만, 정면과 옆면만 보면 디자인을 했나 싶을 정도다.
하지만 뒤로 돌려보면 다른 느낌이다. 황금색 휠을 하나 달았을 뿐인데 느낌이 완전히 달라서다. 납작한 카메라와 플래시, 휠까지 수직으로 곧게 이어지는 배치도 좋은 데다 휠의 오른쪽으로 곧게 그려 넣은 자잘한 문양도 조화롭다. 무엇보다 브랜드 마크, 이통사 로고 등 제품 뒤를 지저분하게 만드는 그 어떤 표시도 없어 밋밋했던 인상이 어느새 고급스러운 느낌으로 뒤바뀐다. 휠을 돌리는 느낌도 아무 느낌 없이 미끌거리듯 돌아가거나 둔탁하게 ‘툭툭’대며 돌아가는 게 아니어서 돌리는 감촉은 확실하게 전달된다.
휠은 응용 프로그램에 따라 여러 역할을 갖는다. 일반적으로 음량을 조절할 때 미세하게 조작할 수 있는 특성을 살려 100단계의 볼륨을 1단계 단위로 올리고 내릴 수 있다. 홈 화면이나 SNS, 인터넷 등을 할 때 휠을 살짝 누르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원 플레이어가 실행되고, 동영상을 볼 때 휠 키를 돌리면 재생 중인 영상을 1초 단위로 탐색할 수도 있다. 또한 사진을 찍을 때 휠 키를 누르면 셔터 버튼으로 쓸 수 있고 휠을 돌리면 일정 시간 뒤에 저절로 촬영하는 타이머를 켜고 끌 수도 있다. 휠을 돌려 잠금 화면을 해제할 수도 있다.
이처럼 휠은 단순한 멋을 부리려 넣은 것이 아니라 의외로 기능적 특성을 잘 반영하고 있다. 다만 휠을 활용할 수 있는 응용 프로그램이 많은 편은 아니어서 그 활용도를 높이는 방법을 좀더 찾을 필요는 있을 듯하다.
그럭저럭 제원, 의외로 음악에 강하다?
스카이 IM-100이 고가 시장보다 중가 시장을 겨냥한 제품인 만큼 아주 강력한 제원을 갖춘 것은 아니다. 1.4GHz 옥타코어 퀄컴 스냅드래곤 430 프로세서에 2GB램, 32GB 저장 공간, 1920×1080 해상도의 5.15인치 화면, 뒤 1천300만/앞 500만 화소 카메라, 3000mAh 배터리를 갖고 있다. 그 밖의 센서나 LTE는 국내에 출시된 다른 스마트폰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갖췄다. 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 6.0 마시멜로다. 더불어 팬택은 같은 용량의 배터리를 가진 다른 플래그십 스마트폰보다 배터리 효율성이 더 좋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스카이 IM-100에서 눈여겨볼 부분이 한 가지 있다. 음악에 관한 부분이다. IM-100은 퀄컴의 처리 프로세서를 썼지만, 그와 또다른 기능을 하나 더 넣었다. 퀄컴의 최신 오디오 코덱칩 WPC9326을 넣어 24비트 192kHz까지 FLAC 음원 재생 능력을 보강했다. 물론 요즘 32비트 또는 1비트 무손실 음원을 재생하는 제품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 24비트로 나오는 음원에 대해선 문제 없이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IM-100은 이용자의 이어폰의 임피던스(저항값)에 맞춰 알아서 매칭하는 능력이 있는데, 이에 따라 최대 음량을 조정한다. 일반 이어폰은 110db, 고임피던스 이어폰은 123db까지 최대 음량을 올려 좀더 생생한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색다른 중급폰, 반란은 가능할까?
일단 스카이 IM-100은 단순히 스마트폰의 성능이나 기능에만 치중한 중저가 스마트폰과 비교하면 관점이 다른 스마트폰인 것은 분명하다. 비록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안에서 팬택 고유의 색깔을 담아 내야 하는 부분에선 아직 미흡해 보이고, 이용자들이 많이 활용하는 카메라에 대한 부분은 좀더 시간을 두고 평가해야 하는 터라 아직 중급 스마트폰의 확실한 우위를 점했다고 말하긴 힘들다.
단지 확실한 한 가지는 스카이 IM-100이 고급은 아니어도 중급 스마트폰의 경쟁자가 될 자질은 충분히 가졌다는 점이다. 휠 시스템처럼 중급 스마트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특징을 담고 있는 데다 IM-100과 연계해 설계한 스톤을 포함한 판매 방식도 이용자를 끌어당길 만한 부분이다. 일단 경쟁자로 인정하는 데는 전혀 무리 없는 수준이지만, 진짜 중요한 시간은 판매에 들어가는 다음 주가 될 것이다.
팬택은 이 같은 특징을 가진 스카이 IM-100을 다음 주부터 SK텔레콤과 KT용으로 공급한다. 출고가는 44만9천900원. AS는 65개 거점에서 진행하고 택배와 대여폰을 결합한 모바일 AS도 준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