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브라 할로 스마트는 목에 걸치는 전형적인 U자형 넥밴드 헤드셋이다. 이어폰 부분은 본체와 케이블과 연결되어 있어 언제든지 쉽게 귀에 꽂고 뺄 수 있는 형태다. 목에 거는 본체 부분은 검정 색상과 플라스틱처럼 보이는 재질 탓에 매우 딱딱해 보이지만, 의외로 뒷덜미 쪽에 닿는 부분을 빼면 나머지는 매우 유연하다. 때문에 목의 두께에 따라 자브라 할로 스마트의 넓이를 조절하는 것은 쉬워 보인다. 또한 방수가 되니 목에서 흐르는 땀이 자브라 할로 스마트로 스며들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목에 걸어 보니 이어폰 케이블이 축 늘어진다. 케이블을 말아 올릴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지 않아 이어폰을 늘어뜨린 채 다녀야 한다. 이어폰 부분은 성인의 명치까지 내려오는탓에 그냥 움직이면 이어폰이 심하게 흔들거리지만, 이어폰 부분을 서로 맞대면 자석으로 철썩 달라붙어 흔들리지 않는다.
이어폰 부분을 아래로 늘어뜨리기 싫으면 본체 양 옆에 붙일 수도 있다. 왼쪽과 오른쪽 옆에 이어폰을 대면 달라붙기는 한다. 다만 이어폰을 붙일 수 있는 위치가 애매한 데다 강하게 붙는 느낌이 들지 않아 조금 불안하다. 어쨌거나 아래쪽으로 늘어뜨리기 싫다면 이 대안을 준비한 정도로 받아들이면 나쁘진 않을 듯하다.
자브라 할로 스마트는 블루투스 넥밴드인데, 연결 방법은 두 가지다. 구글 플레이에서 자브라 어시스트를 내려받은 뒤 설정해도 되고, 그냥 블루투스 페어링을 이용해도 된다. 단순한 음성 통화만 하려면 블루투스 페어링 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연결 방법을 잘 모르거나 기능을 제대로 쓰고 싶으면 자브라 어시스트를 이용하는 게 낫다. 배터리를 아끼기 위해서도 이 앱을 쓰는 편이 낫다.
앱이 시키는 대로 연결한 뒤 몇몇 안내 음성이 헤드셋을 통해 흘러나온다. 이를 테면 할로 스마트의 버튼으로 음악을 재생하거나 구글 나우를 불러낼 때 안내 음성이 나온다. 다만 그 음성이 한국어로 나오는 게 아니라는 점이 좀 답답할 뿐이다. 버튼 위치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버튼이 몇 개 없는 데다 어차피 자주 누르는 버튼은 뻔하기 때문에 그리 혼란을 주진 않는다. 다만 버튼의 기능이 음악이나 음성 검색 같은 응용 프로그램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데, 며칠 쓰다보면 금세 익숙해진다.
통화를 하기 전에 기본적인 이어폰 음질부터 확인했다. 사실 자브라도 요 몇 년 동안 모바일 오디오 제품에 집중해 왔던 터라 소리 품질은 제법 괜찮을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할로 스마트의 품질은 무난한 수준이다. 저음에는 박력이란 게 없는 듯하지만, 찌그러진 소리가 들리는 일은 없다.
카페 안에서 자브라 할로 스마트로 음악을 듣던 중 전화가 왔다. 넥밴드가 부르르 떨리면서 착신 전화가 있음을 알려준다. 이어폰을 귀에 꽂아 통화를 해보니 내가 듣는 음질은 괜찮다. 다만 상대에게 통화 품질에 대해 물어보니 돌아온 답은 마치 스피커폰으로 말하는 것 같단다. 나는 상대의 스마트폰에서 잡음을 걸러낸 깨끗한 소리를 듣는 반면 상대는 자브라 할로의 마이크가 빨아들이는 모든 소리를 그대로 듣는 것이다. 통화 장소가 그리 시끄럽지 않은 카페였는데도 그 공간에서 나는 작은 소리들에 음악 소리까지 다 상대에게 전달된 것이다. 깨끗한 통화를 위한 남기고 목소리 이외의 다른 잡음을 없애는 노이즈 감쇄 성능에 관한 점수는 조금 박하게 매겨야 할 듯하다.
음악과 통화. 블루투스 헤드셋이 해야 할 일을 자브라 할로 스마트도 무난하게 소화한다. 그런데 자브라가 이 헤드셋에 스마트라는 단어를 쓴게 궁금하다. 스마트폰 앱과 연동해 좀더 스마트한 관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를 부여할 기능이 있지 않을까 찾아봤다. 딱히 돋보이는 재주는 아닌데, 어쩌면 문자를 읽어주는 기능이 아닐까 싶다. 블루투스 헤드셋으로 연결했을 때는 음성 통화와 음악을 들을 수 있지만, 착신 문자를 읽어주는 기능은 자브라 어시스트에서 옵션을 켜야만 해서다. 흥미로운 것은 이 앱은 한글화가 되어 있지 않지만, 문자는 한글로 읽어준다. 이 기능은 스마트폰의 ‘접근성’을 이용한 것이기 때문에 자브라 어시스트에서 한글을 지원하지 않아도 스마트폰의 설정 언어에 따라 문자를 읽어준다.
딱히 눈에 띄는 기능이 더 있는 것도 아니고 돋보이는 모양새를 가진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기능이나 성능에서 특별히 모자란 것을 딱 꼬집을 게 없다는 점이다. 목에 차는 넥밴드 헤드셋이 해야 할 일만 딱 집중하면서 낭비를 줄인 제품으로 볼 수 있는 반면, 다른 넥밴드 헤드셋과 비교할 때 월등히 높은 점수를 줄만한 부분도 눈에 띄지 않는다. 사실 이렇게 낭비가 없는 게 자브라 스타일이긴 하지만, 그 스타일을 모르면 적응하는 게 쉽진 않다. 그만큼 무난하면서 한편으로는 부담 없이 쓸 수 있는 제품이라는 이야기로 풀 수도 있다. 아참, 음성 통화만 할 때 배터리 작동 시간은 최대 17시간인데, 배터리가 모자라도록 써본 기억은 없다. 17시간 동안 쉬지 않고 통화할 만한 이가 주위에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