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은 한국, 주방은 독일
한국과 중국 업체들에 밀려 있던 유럽의 가전 회사들은 인덕션 히팅 전기레인지, 식기 세척기, 전기 오븐 등의 주방 가전을 바탕으로 다시 성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한때 일부 업체의 철수설이 나올 정도로 실적이 나빠졌던 유럽 가전사들은 최근 주방 가전을 중심으로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IFA 2016 첫날 열린 프레스 컨퍼런스에서는 지멘스, 밀레, 보쉬 등 독일의 주요 가전사의 현황과 전략을 살펴 볼 수 있었다. 지멘스 관계자는 원천 기술에 강한 독일 산업의 힘이 가전에서 나타난 것이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작년 세 회사의 발표가 카메라 장착 냉장고, 인덕션 히팅 전기레인지, 가전 연결용 소프트웨어 플랫폼 등으로 서로 비슷했다면, 올 해의 발표에서는 세 회사 모두 각자의 길을 보여 주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지멘스는 연결된 주방을, 보쉬는 스마트홈 전략을 강조했다. 밀레는 디자인과 사용성을 강조하면서 먼지 주머니가 없는 진공청소기를 대표적인 제품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커넥티드 키친을 강조하는 지멘스
지멘스 발표의 키워드는 연결된 주방이다. 지멘스는 지난 2014년 보쉬와 협력하여 스마트홈 조인트 벤처인 BSH를 설립한 바 있다. BSH의 홈커넥트는 스마트홈을 위한 가전용 플랫폼이며, 여러 회사에 공개되어 파트너쉽 강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마존 대쉬와 협력하면서, 조만간 관련 서비스를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멘스는 ‘끊김없는 연결된 생활’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발표하면서, 다양한 가전들이 어떻게 쓰일 수 있는 지를 설명했다. 인덕션 히팅 전기 레인지, 커넥티드 커피 머신, 식기 세척기, 냉장고, 세탁기 등 주방 용품을 중심으로 연결성에 따른 생활 변화를 소개했다.
인덕션 히팅을 이용하여 실내 공기 품질을 향상시키고, 커넥티드 커피 머신을 이용하여 사용자 맞춤형 커피를 즐길 수 있게 하고, 냉장고, 세탁기, 식기세척기를 스마트폰과 연동하여 편리함을 제공하는 등, 연결성에 기반한 서비스를 강조했다.
디자인과 사용성을 강조하는 밀레
밀레의 발표에서는 손잡이 없는 오븐 디자인인 아트라인 디자인 라인(ArtLine design line), 식기세척기 G 6000 에코 플렉스, 요리판과 환기구를 같이 설계한 인덕션 히팅 전기레인지, 먼지 주머니가 없는 진공청소기(Bagless vacuum cleaner) 블리저드 CX1 등을 차례로 소개했다. 고급스런 디자인과 사용자 사용성을 고려했다는 의견이다. 밀레가 가장 강조한 것은 먼지 주머니가 없는 진공청소기 블리저드 CX1이다. 많은 기술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고 개발에 성공한 블리저드 CX1은 미세 먼지 흡입력을 강화하고, 먼지 주머니로 겪게 되는 미세 먼지 흡입 문제를 없애고, 소음을 줄여 주고, 관리를 편리하게 하는 등의 여러 이점을 가진다고 밝혔다.
보쉬가 보여주는 스마트홈 전략
보쉬는 지난 몇 년간 주요 전시회를 통해서 스마트홈 전략을 구체화해 가고 있다. BSH의 홈커넥트를 여러 가전으로 확장해 나가면서 데이터 보안, 고장 진단 등의 기능도 추가해 나가고 있다. 이 번 IFA 2016에서 보쉬는 스마트홈과 관련된 종합적인 전략과 제품들을 소개했다.
먼저, 스마트홈 적용 사례는 기존에 비해서 조금 더 사용성이 더해진 느낌이다. 식재료를 사러 나갔을 때, 냉장고의 내부를 스마트폰으로 보여 주고, 헬로프레시(식품 배달 O2O)에서 식재료를 주문한 후에, 조리법을 다운로드해서 요리하고, 기기에 붙어있는 아마존 대쉬 버튼을 눌러서 편리하게 주문하는 등의 사례를 선보였다.
보쉬의 스마트홈 확산 전략에서는 기기간 연결성 및 호환성, 확장을 위한 업체간 파트너쉽, 데이터 보안과 안전, 사용성의 네 가지 측면을 강조했다. 스마트홈의 상용화와 확장에 참고가 될 만한 부분이다.
이후 보쉬는 스마트홈과 관련된 각종 기기와 센서들을 차례로 소개했다. 360도 인도어 카메라, 가스 검출기와 공기 오염도를 체크하는 트윈가드, 모션 센서와 아웃도어 카메라 역할을 하는 아이즈 등의 스마트홈용 기기들과 요리 과정을 체크할 수 있는 쿠킹센서 등을 소개했다.
사용자의 사용성을 위한 세부 디자인 및 기능과 홈커넥트를 통한 연결성도 강조했다. 전기레인지의 경우에는 작은 디스플레이를 장착하여 사용자 편의성을 높였으며, 불의 세기를 9단계까지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다. 식기세척기는 플라스틱 용기도 잘 세척하고 건조시킬 수 있는 점을 내세웠다. 냉장고, 세탁기는 홈커넥트를 통해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과 연결된다.
보쉬의 발표에서는 스마트홈을 위한 세부 전략이 돋보인다. 스마트홈을 위한 출발은 늦었지만, 이를 위한 하드웨어 센서, 소프트웨어 플랫폼, 다양한 앱 및 클라우드, 파트너쉽 등을 차분히 끌어올려 가는 것으로 보인다.
사용성, 세부 기능, 디자인을 강조하는 독일 3사
독일 3사의 발표에서는 주방 기기를 중심으로 사용성, 세부 기능, 디자인을 강조했다. 최근 가전에서 불고 있는 고급화와 맞물려서 고급 주방 가전, 고급 가전을 위한 다양한 전략이 부각되었다. 스마트홈 플랫폼인 홈커넥트와 밀레앳홈도 플랫폼, 앱, 클라우드, 파트너쉽의 면에서 차분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기계, 전자 기술 등 원천기술에 대한 투자가 필요한 주방 가전의 특성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유럽 가전사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전기레인지, 식기세척기, 진공청소기 등은 전기전가, 기계적인 융합 기술과 더불어, 내구성, 사용자 사용성 등 많은 연구와 노력이 필요한 분야이다. 여기에 연결성을 강조하면서, 플랫폼을 서서히 강화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이번 IFA 2016의 독일 가전 3사 프레스 컨퍼런스는 가전의 진화에 대한 다양한 방향성을 보여 주는 좋은 발표였다. 가전 분야에서 최고를 자랑하는 우리나라 업체들에게도 독일 3사의 이 번 발표는 많은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