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가 액션캠 시장에 뛰어든 때가 2012년이었다. 그 해 국내에 판매된 액션캠은 모두 합쳐 6천 대 수준. 당시만 해도 고프로라는 넘기 힘든 산이 버티고 있는데다, 액션캠용 액세서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탓에 액션캠 마니아들은 소니 액션캠에 탐탁치 않게 반응했다. 길죽한 슈팅형 만듦새도 처음엔 장점보다 단점으로 더 많이 지적됐던 건 당연한 일이다.
4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고프로는 여전히 액션캠의 대표 주자에서 밀려난 인상은 없다. 드론 같은 새로운 제품군을 내놓으며 관심을 끌고, 꾸준히 이미지를 관리하고 있다. 오히려 변한 쪽은 소니다. 맨땅에 헤딩하는 꼴이었지만, 그래도 꾸준히 도전했다. 어차피 슈팅형 만듦새를 채택한 만큼 그 특징을 최대한 살리는 데만 집중했다.
소니는 그들이 갖고 있는 부품과 영상 기술에 초점을 맞췄다. 소니는 엑스모어 R 이미지 센서와 비욘즈 이미지 프로세서를 직접 만들었고, 짜이즈와 협업한 렌즈를 실은 캠코더와 카메라를 출시하며 수많은 이미지 기술을 터득하고 있던 터다. 때문에 소니는 액션캠에 이미지 센서와 프로세서, 그리고 짜이즈 렌즈를 작은 액션캠에 먼저 녹여 넣었고, 전자식 손떨림 방지를 추가한 액션캠(AS100V) 빠르게 고프로를 추격했다.
여기서 자신감을 얻었는지 소니가 좀더 욕심을 냈다. 이제 고프로에 없는 기술을 들고 왔다. 액션캠에서 어려울 것이라 말하던 광학식 손떨림 방지 기술인 B.O.SS(Balanced Optical SteadyShot)를 드디어 넣은 것이다. 그 두 제품이 액션캠 FDR-X3000과 HDR-AS300다.
B.O.SS는 렌즈와 이미지 센서를 담은 유닛이 통째로 진동에 따라 상하좌우(2축)로 움직이는 방식으로 소니 캠코더에 오래 전부터 적용해 왔다. 하지만 큰 캠코더와 달리 작은 액션캠은 렌즈와 이미지 센서를 하나의 유닛에 묶을 만큼 공간적 여유가 없는 탓에 다른 방식을 택했다. 렌즈부는 그대로 두고 이미지 센서만 진동에 반응하도록 바꾼 것이다. 사실 이 방식은 광학식 손떨림 방지라는 의미에서 볼 때 약간 애매할 수 있다. 실제는 광학부가 반응하는 것은 아니라서다. 하지만 손떨림 방지 효과는 종전 전자식 손떨림 방지와 확실히 다름을 현장에 마련한 여러 실험 환경을 통해 입증한 터라 기술적 논란과 별개로 봐야 할 부분이다.
FDR-X3000과 HDR-AS300의 손떨림 방지가 전자식과 다른 점은 화각을 좁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자식 손떨림 방지는 이미지 센서의 상하좌우로 여유를 둔 뒤 진동에 따라 비어 있는 센서 부분으로 들어온 신호를 잡아내는 것이어서 센서 전체를 다 쓸 수 없고, 그 여유를 확보하기 위해 화각을 좁혀야 한다. 종전 소니 액션캠은 전자식 손떨림 방지를 켜지 않을 때 170도의 화각이었지만, 손떨림 방지를 켜면 120도로 급격히 줄어들어 넓은 화각의 영상에서 더 크게 느껴지는 액션의 맛이 떨어진다. 반면 B.O.SS를 적용한 새 액션캠들은 화각을 줄이지 않아도 되기에 떨림만 줄인 시원한 영상을 볼 수 있다.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은 렌즈 왜곡이 상당히 줄인 부분이다. 종전 액션캠은 넓은 영상을 찍을 수는 있는 반면 영상의 양옆이 마치 활처럼 휘어지는 왜곡이 일어났다. 소니는 FDR-X3000과 HDR-AS300에서 이 왜곡도 잡았다. 넓은 영상은 찍지만 좌우에 일어난 왜곡을 줄일 수 있도록 손 본 짜이즈 렌즈를 채택했다.
소니는 본체의 성능과 함께 흥미로운 액세서리도 하나 추가했다. 액션캠과 모니터를 결합해 한 손으로 잡을 수 있게 만든 핸드 그립이다. 핸드그립은 마치 커다란 커피잔의 둥근 손잡이처럼 생긴 모양으로 검지를 걸어 액션캠을 조작할 수 있다. 액션캠을 검지에 건 상태로 수신되는 영상을 모니터로 곧바로 볼 수 있는 구조라는 점에서 편의성을 조금 높였다.
소니는 FDR-X3000과 HDR-AS300이 한정적인 액션캠 수요를 여행이나 자전거를 중심으로 하는 레저 시장 뿐 아니라 전문가 시장까지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특히 액션캠의 수요가 늘고 있는 방송 분야의 요구를 충족한 제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드웨어적인 손떨림 방지에 4K 고속 촬영을 할 수 있는 제품은 지금 현재까지 소니 FDR-X3000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다만 1인 방송 시장까지 내다보기엔 부족한 면도 있다. 기본 손떨림 보정 실력은 좋은 데 비해 1인 방송에 알맞은 짐벌도 없고 트래킹 기술도 접목하지 않은 까닭이다. 한국 영상 시장이 의외로 앞서 가는 특수성도 있지만, 요즘 외계인 우주선을 습득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만큼 기술 접목이 빠른 소니라면 그 속도를 따라잡아 다른 시장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는 것은 기대해 볼 만하다.
FDR-X3000과 HDR-AS300은 둘 따 B.O.SS를 적용했다. 단지 다른 점은 4K와 풀HD 영상을 찍는 차이다. 소니는 B.O.SS를 적용하더라도 최소 전력으로 작동하도록 한 만큼 전자식에 비해 배터리 소모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이 부분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직접 쓰는 이들이 결과를 알려줄 것이다. FDR-X3000은 기본 모델이 56만9천원, 라이브뷰 리모트킷 포함 69만9천 원에 11월 2일 출시한다. HDR-AS300은 본체만 45만9천 원, 라이브뷰 리모트킷 포함 58만9천 원에 11월 9일부터 판매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