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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2017] GPU 장인 엔비디아의 ‘젠슨 황’, 게이밍과 홈, 자동차를 말하다

key_jjh_t지난 해 9월, CES를 주관하는 CTA로부터 한 통의 e메일이 도착했다. 그 e메일의 제목을 읽었을 때 2017년 CES의 첫 기조 연설을 누가 맡을 지 곧바로 알 수 있는 메일이었다. 인공지능과 자율 주행차, 가상 현실과 게이밍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엔비디아 CEO, 그는 다름 아닌 ‘젠슨 황'(Jen-Hsun Huang)이었다. CTA가 예고한 대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1월 4일 저녁, CES 2017가 열리는 라스베가스의 팔라조 호텔 볼룸 5층에 마련된 기조 연설 무대에 올랐다. 언제나처럼 검은 가죽 점퍼를 입고서.

라디오와 흑백 TV를 위한 가전 전시회로 시작해 50주년을 맞은 상징적인 해애 젠슨 황의 등장은 달라지는 기술 흐름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상징인 변화라고 말해도 어색하지 않다. 불과 몇 년 전 모바일에 밀려 힘을 잃은 가전과 개인 컴퓨팅 부문에서 새로운 흐름을 제시하지 못하고 위기를 겪고 있던 CES를 구원하고 있는 인공지능이나 가상 현실의 중심에 비주얼 그래픽 컴퓨팅을 내세운 엔비디아가 그 한 축을 이루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니까.

key_02_t젠슨 황 CEO도 그 점을 강조한다. 그는 엔비디아가 20여년 전에 내놓은 것은 비디오 게임용 그래픽 카드의 시작에 대해 먼저 말했지만, 결국 그렇게 시작된 엔비디아의 기술은 VR(가상 현실)과 AR(증강 현실), MR(복합 현실) 등 실감형 분야를 비롯해 인공 지능과 클라우드, 자율 주행 자동차에 이미 녹아 들었다고 말한다. 특히 불과 몇 년 전 세상을 인식하는 인공 지능의 능력을 촉진하기 위한 심화 학습(Deep Learning)에서 GPU의 효율성을 입증한 이후 인공 지능은 드라마틱한 변화를 맞은 점에 대해 설명했다. 알파고는 프로바둑 기사와 대결에서 이겼고, 인공 지능 스스로 둠 같은 게임을 즐겼다 반 고흐 스타일의 그림을 그리기도 했고, 사람처럼 음성을 합성해 말까지 할 줄 알게 된 것이다. 사람의 도움 없이 사진에 자막을 달고, 로봇으로 운동 방법을 배우고 걸으며 이제는 차를 운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과거에 AI가 만들어낼 수 없던 업적들을 GPU 컴퓨팅으로 가능케 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1 | GPU 기술은 여전히 대중과 가깝다

젠슨 황은 GPU 컴퓨팅이 인공 지능 분야에 결정적 한방을 날리긴 했어도 일반 이용자들과 멀리 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GPU 기술의 성장과 보급에 비디오 게임의 역할이 컸다는 것이다. 특히 엔비디아는 사람을 재밌게 해주는 그래픽 칩으로 해마다 310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고 있고, 지포스 그래픽은 5년 만에 두배로 성장했다. 더구나 1억명의 MOBA 게이머, 3억2천500만 명의 e스포츠 관중은 가장 그 어떤 스포츠보다 큰 규모라고 젠슨 황도 인정한다.

key_03_t이러한 게이밍 시장을 겨냥하지 않을리 없는 엔비디아 젠슨 황 CEO는 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CES 2017에서 첫 지포스 전략을 발표한다. 지포스 그래픽 카드에서 즐기는 게임을 페이스북 라이브로 생중계하는 기능을 넣은 것이다. 페이스북은 세상에서 가장 많은 이용자를 가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면서 최근 생중계 플랫폼으로도 역할을 강화하고 있는데, 3월에 출시할 <매스 이펙트 : 안드로메다>의 화면을 단 두 번의 클릭만으로 페이스북의 지인들과 쉽게 공유할 수 있음을 기조 연설 현장에서 보여줬다. 다만 페이스북 라이브를 하려는 지포스 이용자는 드라이버와 지포스 익스피리언스를 업데이트해야 한다.

key_04_t그런데 젠슨 황은 게임을 즐기기 위한 PC로 업그레이드하지 않는 10억 명의 PC 이용자가 눈에 밟히는 모양이다. 게임을 즐기려면 고성능 그래픽 카드와 프로세서, 램, 저장 장치를 값비싼 하드웨어를 준비해야 하지만, 몇 번 즐기지 않는 이들에게 이러한 하드웨어는 구매 부담일 뿐만 아니라 낭비의 이유가 된다. 이러한 이들을 위해 젠슨 황 CEO는 또 다른 카드를 꺼내 놓는다. PC용 지포스 나우(Geforce Now for PC)다.

key_05_t쉴드 TV를 썼던 이들에게 지포스 나우는 낯설지 않다. 지포스 나우는 쉴드 TV에서 PC용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서비스였으니 말이다. 쉴드 TV는 구글 ‘안드로이드 TV’ 운영체제로 작동하는 하드웨어라 원칙적으로 PC 게임을 실행할 수 없지만, 지포스 나우 서비스를 이용하면 클라우드에서 PC 게임을 실행한 뒤 그 영상을 쉴드 TV로 전송하기 때문에 게임을 즐기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러한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를 PC용으로 내놓았다는 것은 역시 강력한 게이밍 PC를 사지 않아도 빠른 인터넷 망과 비디오 성능의 문제를 보이지 않는 PC와 맥만 있다면 고화질 PC 게임을 스트리밍으로 즐길 수 있다. 서비스 이용 요금은 20시간 플레이에 25달러로 정했다.

2 | 모두에게 자비스(Xavis)를!

사실 페이스북 라이브와 PC용 지포스 나우는 이번 기조 연설에서 예상하지 못한 의외의 발표에 가까운 반면, 2세대 쉴드 TV에 대한 발표를 기다렸을 엔비디아 팬들을 위해 젠슨 황 CEO도 더 이상 뜸을 들이지 않고 설명을 이어간다. 쉴드 TV는 엔비디아의 홈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으로 첫 세대를 2년 전에 출시한 뒤 이번 CES 기조 연설에서 2세대를 공식 발표한 것이다. 2세대 쉴드 TV는 아마존, 넷플릭스, 훌루의 스트리밍 영상을 4K HDR로 재생할 수 있다.

key_06_t그러나 엔비디아 젠슨 황 CEO가 강조한 점은 2세대 쉴드 TV의 기능이나 성능이 아니다. 바로 쉴드 TV의 역할이다. 종전에는 TV에 연결하는 장치에 불과했다면 이제는 사물 인터넷을 위한 홈 허브로 확장을 시도한 것이다. 구글 음성 비서인 TV용 구글 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t for TV)를 처음으로 담고, 사물 인터넷 허브인 스마트씽스와 연동한다. 그러니까 구글 음성 비서를 불러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거나 온도 조절기나 조명 같은 다양한 장치를 제어할 수 있는 것이다.

key_07_t여기까지도 따지고 보면 다른 제품과 큰 차이가 없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챈 젠슨 황 CEO는 한 가지를 더 준비했다. 쉴드 TV와 멀리 떨어진 다른 방에서 쉴드 TV의 구글 음성 비서를 불러내는 엔비디아 스폿(nvidia Spot)이다. 엔비디아 스폿은 콘센트에 꽂으면 곧바로 작동하는 작은 스피커형 장치로 멀리 떨어진 쉴드 TV와 통신하면서 이용자와 구글 음성 비서를 연결하는 역할을 해준다. 쉴드 TV를 거실에 두었어도 스폿이 침실 방에 있다면 거실로 나가지 않아도 침대에서 곧바로 구글 음성 비서를 불러 이것저것 물어보거나 연동해 놓은 장치를 켜고 끌 수 있는 것이다. 엔비디아 쉴드 TV와 스마트씽스 허브, 엔비디아 스폿을 합친 쉴드는 확실히 다른 방향으로 진화한 셈이다.

key_08_t젠슨 황 CEO는 구글 음성 비서를 결합한 쉴드 TV와 엔비디아 스폿의 구성을 두고 흥미로운 말을 꺼낸다. 얼마 전 마크 주커버그가 아이언 맨의 인공지능 비서 자비스를 구축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엔비디아는 모든 이에게 자비스를 줄 것이라고.

3 | 딴 짓을 두고 보지 않을 인공 지능

쉴드 TV의 이야기를 마친 뒤 젠승 후앙은 마지막 주제, 인공 지능 교통 수단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달리 말하면 결국 인공 지능에 의한 자율 주행 자동차에 대한 이야기다. 사실 자율 주행 자동차에 대한 이야기는 이번 CES에도 뜨거운 주제지만, 여전히 어려운 분야인 것은 사실이다.

key_14_t젠슨 황은 자율 주행을 하려면 자동차가 지각과 추론, 운전 및 지도 그리기를 해야 한다고 말해 왔고 이번 기존 연설에서 그 내용을 한번 더 부연한다. 그 이유가 있다. 자동차 주위를 둘러싼 환경을 AI를 활용해 추론하고 가는 길이 안전한지 결정하며, 우리가 지켜보기만 해도 운전하는 능력을 심는 일과 클라우드에서 HD 맵을 받아 처리하기까지 모든 데이터를 처리하려면 슈퍼 컴퓨터급 처리가 필요해서다.

key_09_t때문에 엔비디아는 고성능의 자동차용 컴퓨터를 해마다 내놓았다. 2년 전 드라이브 PX, 지난 해는 드라이브 PX2를 발표한 데 이어 이번에는 지난 해 말 공개한 새비어(Xavier)의 자세한 제원을 이번 기조 연설에서 밝혔다. 30와트의 전력으로 30조의 작업. 512개 코어로 구성된 차세대 볼타(Volta) GPU를 내장한 재비어의 처리 능력이다. 재비어 컴퓨터의 크기는 손바닥보다 좀더 큰 정도인데, 젠슨 황 CEO는 ‘BB8’이라 부르는 테스트 차에 실어 승차한 이가 말한 곳까지 스스로 갈 수 있음을 증명하는 동영상을 보여주며, 재비어가 엔비디아 자율 주행차의 미래라고 선언한다.

이처럼 인공 지능을 위한 차내 컴퓨터의 진화는 또 다른 기능을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는데, 젠슨 황은 이 기조 연설에서 운전자를 보조하는 인공지능 비서 ‘AI 코파일럿'(AI Co-Pilot)을 발표한다. AI 코파일럿은 자율 주행을 할 때처럼 주변 상황을 분석하고 인지한 뒤 운전자에게 사각 지대의 보행자 정보나 갑자기 달려오는 오토바이에 경고를 영상으로 표시한다.

key_11_t또한 인공 지능 코파일럿은 운전자의 얼굴만 인식하는 게 아니라 어느 방향을 보고 있는지 눈을 추적한다. 만약 전방이 아니라 전화나 다른 것을 보게 되면 인공 지능은 경고를 날릴 수도 있다. 라디오를 크게 틀었을 때 승차한 이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는 상황에도 차내 카메라로 운전자의 입 모양을 분석해 그 지시를 이행한다. 젠슨 황이 밝힌 입 모양 분석의 정확도는 95%다.

인공 지능의 능력을 활용하는 AI 코파일럿은 동전의 양면 같은 특징을 가진다. AI 코파일럿이 있는 자동차를 운전할 때 안전을 위한 기능이라는 점과 운전자의 행동 하나하나 인공 지능에 의해 분석되는 점의 위험성이 공존하는 것이다. 아마도 후자는 보안 측면에서 꾸준히 문제가 제기되고 계속 다뤄질 듯하나 AI 코파일럿에 대한 필요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지는 않을 듯하다.

key_10_tAI 코파일럿 같은 차내 인공 지능의 기능을 공개한 젠슨 황은 자율 주행을 위한 업그레이드된 협력을 발표한다. 엔비디아 드라이브 PX에서 구축한 엔비디아 AI 카 플랫폼의 지도 그리기(Mapping)와 관련된 맵웍스(MapWorks)는 자율 주행차를 위한 도로의 측량과 지도 그리기, HD 지도의 전환과 클라우드에서 지도의 실시간 업데이트가 필요하기에 지도 생태계의 협력이 중요한 부분이다. 당연히 세계적인 지도 사업자들과 파트너십을 맺을 필요가 있다. 이날 중국 바이두와 유럽의 톰톰 등 종전 지도 사업자와 함께 일본의 젠린과 히어(Here) 맵도 AI 카 플랫폼에 합류했다.

인공 지능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드라이브 컴퓨터의 생산도 가속을 붙이는 모양새다. 상업용 트럭 부품 전문 공급 업체의 유럽의 ZF는 처음으로 엔비디아 드라이브 AI 컴퓨터를 내장한 부품을 생산하기로 했는데, 올해 말 시제품을 내놓는다. 세계 자동차 부품 1위 공급사인 보쉬도 엔비디아 드라이브 컴퓨터를 적용하기로 했다.

key_12_t그런데 이처럼 자율 주행 자동차를 위한 생태계의 진전된 협력을 듣고 있다보니 정작 중요한 하나가 빠진 듯했다. 이때 젠슨 황이 한 가지 더를 외친다. 그리고 그는 한 사람을 무대 위로 초대한다. 지난 10년 동안 돈독한 관계를 이어온 아우디의 미국 법인장 스캇 커프(Scott Keough)다. 엔비디아가 아우디의 차세대 인공지능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협력할 것이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다. 아우디는 2020년 도로에서 달리는 인공지능 자율 주행차를 내놓겠다고 말한다. 앞으로 3년 뒤의 일이지만, 아우디는 엔비디아 자율 주행 컴퓨터를 얹고 고작 3일 동안 학습을 시킨 아우디 Q7으로 이번 CES에서 자율 주행 시험 운행하고 있다. 스캇 커프는 3년 안에 완전 자율 주행을 할 수 있는 레벨 4 자동화를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key_13_t아우디와 협업을 끝으로 기조 연설을 마친 엔비디아 젠슨 황 CEO은 무대 밖으로 사라졌다. 20년 넘게 GPU를 갈고 닦은 장인이 게이밍과 TV 환경의 개선, 인공 지능의 현재와 자율 주행차의 미래를 말한 1시간 30분의 기조 연설은 조금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오늘을 환호하고 앞으로를 기대할 수 있는 이야기로는 충분했다. 단지 젠슨 황의 언어를 해석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써야만 하는 이 상황이 조금 미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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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칫솔(PHILSIK CHOI)

직접 보고 듣고 써보고 즐겼던 경험을 이야기하겠습니다.
chitsol@tech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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