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만듦새는 좋았다. 화면 둘레의 절연띠가 좀 성가시게 보이긴 해도 한 손에 쥘 수 있는 작은 몸뚱이에 시원하게 쭉 뻗은 화면을 넣은 G6는 이제까지 봤던 LG 스마트폰 가운데 가장 정상적이다. 완전한 정상화를 선언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멀리 돌아 여기에 이른 것은 다행이기는 하다. 또한 G6에 대한 여러 메시지를 뒤섞지 않고 화면에 대한 부분에 집중한 점도 인상적으로 지켜봤다.
하지만 경계할 부분도 적지 않다. G6에 대한 쏟아지는 칭찬 속에서 가려진 문제들이 있다. 칭찬 속에 파묻힌 문제들은 늘 출시 이후 LG에 날아드는 비수가 되어 왔다. 그것이 성능이든, 기능이든, 완성도든 상관 없이 LG를 괴롭혔고, 상처 입었다. 그러니 이 말은 해야 할 것 같다. 앞으로 누군가 하게 될 지적들이다. LG의 팬이든 안티든 상관없이 싫어도 듣게 될 이야기. 칭찬을 많이 들었을 그들에게 새로운 숙제를 던진다.
‘등가교환의 법칙을 적용하나?’
솔직히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게 차라리 나 하나면 좋겠다. 그러면 그냥 개인적인 생각 정도로 끝나고 말테니까. 하지만 MWC에서 LG가 말한 G6의 제원을 들여다보면 정리를 해야만 한다. 한국에서 알았던 것과 이곳에서 보게 된 G6는 같은 것이 아니라서다. 물론 프로세서(스냅드래곤 821)와 램(4GB), 듀얼 카메라, 18대 9 비율의 5.7인치 풀비전 화면 같은 주요 제원은 거의 똑같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제품은 한국에 출시할 제품이 아니다. LG가 G6 출시국이나 지역마다 단일 제원의 G6를 내놓지 않을 계획이라 이곳에 있는 G6를 평가하긴 어렵다.
LG는 G6의 첫 공개 행사에서 디스플레이의 특징을 강조했다. 반면 한국에서 출발전에 들어 간다고 말했던 쿼드DAC 같은 오디오에 대한 이야기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 이곳에 있는 제품은 쿼드DAC가 없다. 쿼드DAC 제품은 일단 우리나라만 출시한다. 그런데 쿼드 DAC가 없는 외국형은 무선 충전을 할 수 있다. 반대로 한국형 G6는 무선 충전 기능을 뺐다. 무선 충전과 쿼드DAC는 동일한 가치로 평가하는 것은 무리지만, 기능을 맞바꾼 셈이 되고 말았다.
저장 공간도 나라마다 다를 수 있단다. 이곳에서 발표한 G6는 32/64GB의 저장 공간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이 발표가 나온 뒤 곧바로 한국에서 알림이 날아왔다. 우리나라와 몇몇 국가는 무조건 64GB로 출시한다고.
이제 정리를 해보자. 한국형 G6는 쿼드DAC는 있지만, 무선 충전은 없으며 64GB의 저장 공간을 갖게 된다. 여기까지가 끝이라 보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칩과 앰프 회로가 들어간 G6의 무게와 무선 충전 회로가 들어간 G6의 무게는 어떻게 다를지, 쿼드DAC를 탑재한 G6의 소비 전력에 따른 작동 시간도 다시 따져야 한다. 물론 한국형 G6를 더 좋은 제품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더 비싼 제품이 될 수도 있다. 작용과 반작용. <강철의 연금술사>라는 애니메이션의 ‘등가 교환의 법칙’이 작용하고 있는 G6다.
2대 1도 맞지 않을까?
아마도 LG G6의 18대 9라는 화면비가 신경 쓰이는 이들이 있을 게다. 그리고 그들은 어쩌면 G6의 표기를 이렇게 바꿨을 것이다. ‘2대 1’이라고. 이렇게 바꾸고 싶어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화면비는 원래 세로 값을 1로 둘 때 가로 길이의 비율을 소수점으로 표기하게 한다. 하지만 소수점 화면비를 표기하면 가로 세로 비율을 가늠하기 어려운 만큼 소수점 없는 자연수 형태로 표기하는 게 더 자연스럽고 마케팅에도 도움을 줄 수 있어 가로를 세로로 나눴을 때 소수점 값이 일치하는 자연수를 화면비로 쓴 것이다. 이를 테면 스마트폰이나 HDTV에서 흔히 보는 16대 9 화면비는 16을 9로 나누면 1.77대 1 화면비가 되는 셈이다.
그런데 G6에서 채택한 18대 9는 좀 애매한 구석이 있다. 앞쪽 숫자가 클 수록 더 긴 화면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18대 9는 가로를 세로로 나누는 숫자가 소수점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18을 9로 나누면 2이니 2대 1 화면비다. 정확히 세로보다 가로가 두 배 더 길다는 의미가 명확하다. 이 말은 가로 세로 길이가 모두 똑같은 정사각형 두 개를 옆으로 나란히 배치한 것이 G6의 화면비라는 이야기다. 결과적으로 18대 9나 2대 1이나 같은 말인 셈이다.
물론 디스플레이 업계는 18대 9라는 표기를 선호할 것이다. 지금까지 화면비를 표시할 때 앞쪽 숫자가 클수록 화면이 더 길다는 인식을 심은 만큼 굳이 2대 1로 바꿔 혼란을 줄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 강하다. 특히 LG에게 G6의 세계 최초18대 9 화면비 타이틀은 잃고 싶지 않은 ‘떡밥’이다. 물론 그렇게 집착할 수록 2대 1 화면비를 주장하는 목소리를 내는 이들을 어떻게 잘 설득할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18대 9로 찍은 사진, 나만 좋으면 되는 건가?
나는 G6의 화면이 좀더 길게 바뀌더라도 실제 작업 환경은 16대 9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 쪽이다. 왜냐면 LG가 더 긴 화면비를 채택했어도 여전히 수많은 디스플레이 환경은 16대 9를 기준으로 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LG는 G6의 늘어난 화면까지 모두 이용하는 방향으로 사용성을 고려했다. 되도록 큰 화면을 즐기라는 배려심이 깔려 있다고 나는 믿는다.
거기까지는 좋은 의도라고 해도 사진을 찍을 때 18대 9 화면비를 기본 설정하는 것 만큼은 정말 다시 생각해보기 바란다. 18대 9를 옵션으로 고를 수는 있어도 기본으로 둘 때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다. 이 화면비로 찍은 사진은 18대 9 비율의 화면을 가진 이들에게만 불편 없이 보이기 때문이다. G6에서 18대 9로 찍은 사진을 16대 9 화면비의 스마트폰을 가진 친구에게 보내거나 집에 있는 TV에서 보면 가로를 채우기 위해 세로 길이를 줄이는 만큼 위아래 공간을 비워 검은 띠를 만들고 만다.
물론 카메라 옵션에서 16대 9 또는 이미지 센서의 화소수를 최대한 활용하는 4대 3을 고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러한 설정을 건드리지 않고 사진을 찍고 있다. 한번 18대 9로 설정해 놓으면 그렇게 ‘쭈욱’ 문제를 느끼기 전까지 쓸게 될 것이다. 물론 공유도 하지 않고, G6에서 나만 보면 되는 이들에게 이게 무슨 단점이야 할 게다. 맞는 말이다.
모서리 깎는 장인, 어디 없나?
누군가 내게 G6를 보는 개인적인 불만을 딱 하나만 말하라면 준비된 답변은 하나다. ‘화면 모서리’. 알려진 대로 G6의 네 귀퉁이는 직각이 아닌 둥글게 다듬어 놓았다. 아마도 사진으로 볼 때 매우 예뻐 보일 만하다. LG도 이 둥근 모서리의 디스플레이를 위해 적지 않은 공력을 쏟았으리라.
하지만 실제로 이 모서리를 보고 있으니 뭔가 어색하다. 아주 나쁘진 않은 데, 그렇다고 아주 훌륭하다고 말할 수도 없다. 왜 일까? 오, 이런… 화면 테두리를 둘러싼 모서리의 곡률과 디스플레이의 라운드 곡률이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화면 밖 테두리의 둥근 모서리와 딱 맞물리는 느낌으로 화면 모서리를 둥글게 깎지 못한 것이다. 화면 테두리는 직선과 곡선의 연결이 자연스러운 반면, 디스플레이의 네 귀퉁이는 약간 둥글게 깎으려 노력했음에도 완전히 둥글게 깍지 못한 것이다.
이것이 눈으로 보이는 문제일지 아닐지 개인적인 편차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테두리 색이 밝을 수록 이 차이를 쉽게 느낄 가능성이 높다. 만약 화면 둘레의 테두리, 그러니까 베젤이 검정이면 화면의 어색한 모서리를 비교할 수 있는 수단이 약해지므로 이 차이를 두드러지게 느끼지 않을 수 있다. 반면 밝은 테두리일 수록 베젤과 화면 사이에 있는 검은 띠의 간격이 눈에 더 띄기 때문에 이 같은 차이를 발견하기가 쉬운 것이다.
이곳에 있는 G6에서 찾을 수 있는 해결책은 화면 테두리 색깔이 어두운 것을 고르는 것 뿐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는 게 더 급하다. 더 세밀하게 디스플레이 모서리를 가공하거나 화면 테두리를 디스플레이에 맞춰 둥글지 않게 깎아 넣어야 한다. 어쨌든 LG에게 모서리 깎는 장인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