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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 S2의 깜짝 손님, 알레산드로 멘디니가 등장하기까지…

‘알레산드로 멘디니'(Alessandro Mendini). 아마도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디자인을 공부하거나 관심 있는 이들에게 그 이름은 절대적일 것이다. 살아있는 디자인 전설, 포스트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디자인 거장, 이탈리아의 국보 디자이너, 오늘날 산업 디자이너들의 스승이라고 하는 모든 수식어들이 결코 허투루 들리지 않는 유일한 디자이너.
 
그런 그가 삼성전자의 새로운 스마트워치, 기어 S2의 발표 무대에 등장했다. 혹자의 눈에는 젊은 디지털 제품을 공개하는 축제의 장에 시간의 흐름을 온몸으로 담아낸 노구를 이끌고 행사에 참석한 그의 모습이 낯설게 비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등장에 오싹함을 느낀 스마트워치 관계자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알레산드로 멘디니가 직접 기어 S2의 디자인을 맡지 않았다 할지라도 그의 참여는 스마트워치에 담아야 할 시계의 기본을 압축해 설명하는 상징과도 같아서다.
 

↑스케치 작업을 하고 있는 알레산드로 멘디니

 
그런데 거장 알레산드로 멘디니가 기어 S2 시리즈에 참여하는데 결정적 기여를 한 사람이 있다. 앱포스터(Apposter)의 경성현 대표다. 아마도 기어 스마트워치를 쓰는 이들은 앱포스터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앱포스터는 타이젠으로 돌아가는 기어 S의 시계 화면을 100여개 가까이 앱스토어에 올린 시계 화면 분야의 숨은 강자이기 때문. 이상한 나라 앨리스에서 시계를 모으는 토끼를 모티브로 삼아 전세계의 시계 화면을 모으러 다니는 ‘미스터 타임'(Mr. Time)이 앱포스터의 브랜드다.
 
경성현 대표는 다운로드 100만건을 향해 가고 있는 미스터 타임과 차별화된 새로운 시계 화면 프로젝트를 2월쯤 기획한다. 제아무리 좋은 재주를 지닌 스마트워치라도 그 바탕이 되는 시계들이 딱딱한 디지털의 껍질을 깨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했다. 스마트워치에 숨겨진 아날로그 감성을 꺼내려면 그 분야의 실력 있는 디자이너의 손길이 닿아야 한다고 여긴 것도 그 때문이다. 그리하여 내놓은 기획이 ‘슈퍼 디자인 클래스'(Super Design Class).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세계의 거장급 디자이너 5인을 초빙, 그들의 브랜드와 직접 디자인한 시계 화면으로 스마트워치에서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감성을 끌어내고자 한 것이다.
 

↑(왼쪽부터) 프란체스코 멘디니, 앱포스터 경성현 대표, 알레산드로 멘디니

 
이 프로젝트의 기획을 끝내고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려던 4월쯤 경성현 대표는 삼성전자 오픈이노베이션팀으로부터 한 가지 제안을 받는다. 차기 기어 S2에 대한 시계 화면을 함께 만들어보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경 대표는 제안을 보낸 오픈이노베이션팀에 삼성의 디자인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는 슈퍼 디자인 클래스 기획에 대해 역제안을 했다. 슈퍼 디자인 클래스에 참여하는 거물급 디자이너 브랜드와 삼성의 차기 스마트워치를 결합하면 상당한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경성현 대표가 삼성전자에 맨 처음 거론했던 거물급 디자이너가 바로 알레산드로 멘디니. 포스트 모더니즘에 영향을 받은 모든 디자이너의 스승이라 할 수 있는 그 이름을 들은 삼성전자 측은 반신반의했다. 2007년쯤 이탈리아 밀라노 도무스 아카데미에서 프로덕트 디자인 수업을 받던 경 대표가 학교를 자주 찾았던 알레산드로 멘디니와 나이를 초월한 인연을 맺고 있던 것을 몰랐던 삼성은 슈퍼 디자인 클래스의 기획 의도는 공감하면서도 정말 알레산드로 멘디니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할지 확신하지 못하고 망설인 것이다. 무엇보다 명성 있는 디자이너라면 1년 전에 프로젝트를 추진해도 될까 말까 한 일을 불과 반년 만에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지 않았다.
 

↑여전히 열정적으로 일하는 알레산드로 멘디니

 
오픈이노베이션팀의 힘겨운 조율 과정을 지켜 본 경성현 대표는 즉시 알레산드로 멘디니 앞으로 한 통의 e메일 띄운다. 그에 대한 안부는 물론 슈퍼 디자인 클래스에 대한 소개, 삼성과 프로젝트 진행 상황, 그리고 알레산드로 멘디니가 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해야 하는가를 썼다. 경 대표는 20세기 최고 거장이 21세기 트렌디한 제품을 디자인하기를 바라는 마음과 디지털이 젊은 디자이너의 영역이 아니라는 걸 선생님과 함께 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는 진심을 메일에 담았다.
 
알레산드로 멘디니는 곧바로 경성현 대표에게 회신을 보낸다. ‘OK’ 사인이 담긴 메일이었다. 20년 넘게 스와치 디자인을 디렉팅한 알레산드로 멘디니는 시계를 디지털 장치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경 대표의 이야기에 움직였다. 이에 공감한 듯 슈퍼 디자인 클래스에 걸맞은 다른 4명의 디자인 거물 디자이너에게 연락해 주기로 약속했다. 매일 전화와 e메일을 주고 받던 알레산드로 멘디니는 10월 8일부터 서울 DDP에서 개최할 회고전의 준비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두 차례 한국을 방문한 아뜰리에 멘디니의 직원에게 앱포스터 사무실에서 경성현 대표와 만나 필요한 작업을 처리토록 했다.
 

↑작화를 기반으로 앱포스터에서 디지털로 변환한 알레산드로 멘디니의 시계 이미지.

 
5월 말 프로젝트 진행을 약속한 알레산드로 멘디니의 편지를 경성현 대표로부터 전달 받은 삼성은 더 이상 이의를 달지 않았다. 경성현 대표가 준비하고 있던 슈퍼 디자인 클래스의 알레산드로 멘디니 에디션(Alessandro Mendini Edition) 시계 화면과 시계 줄 4종 가운데 2가지 시계 화면과 줄을 기어 S2에 내장하기로 결정한 전략 마케팅팀과 오픈이노베이션팀은 알레산드로 멘디니와 협업에 필요한 일을 하나씩 해결해 나갔다. 7월에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아뜰리에 멘디니를 찾아가 알레산드로 멘디니 에디션의 스케치 작업을 영상에 담고, 기어 S2의 발표를 앞두고 그의 드라마틱한 등장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기어 S2에 담기로 한 2종의 알레산드로 멘디니 에디션을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한 아이디어의 실행 계획을 짰고 마침내 기어 S2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함께 노력한 비밀의 보따리를 풀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 것이다.
 
TAmendini-5
 
기어 S2의 발표회에서 인사말을 전한 알레산드로 멘디니는 1931년생, 올해 만 84세다. 노후에 대한 고민 대신 여전히 뜨거운 마음으로 즐겁게 일하는 현역 디자이너의 삶을 택한 그다. 하지만 알레산드로 멘디니에게 스마트워치는 미지의 영역일 터. 그만큼 쉽지 않은 도전일 텐데 그것마저 즐거워 했다고 함께 작업한 경성현 대표는 말한다. 하지만 기어 S2와 슈퍼 디자인 클래스의 멘디니 에디션을 작업하는 알레산드로 멘디니는 어쩌면 이런 메시지를 몸소 전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나이를 잊었다. 아직도 도전해야 할 영역이 있다는 사실은 내게 큰 기쁨이다. 그것이 모든 경계를 초월해 틀에 박히지 않은 디자이너의 삶을 완성해 간다’라고…
 
원문 출처 | 블로그 chits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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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칫솔(PHILSIK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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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tsol@tech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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