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코모도어’를 말하면 코모도어 64 밖에 생각나지 않습니다.
자동차를 좋아한다면 홀덴 코모도어가 생각날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코모도어도 그에 앞서 나온 제품이 있습니다.
그 중에 8비트 컴퓨터인 ‘코모도어 펫 2001’도 있지요.
여기서 펫은 애완동물의 의미가 아니에요.
‘Personal Electronic Transactor’라는 단어를 줄인 것입니다.
왠지 거창하게 보이네요.
코모도어는 1977년에 처음 발매가 되었습니다.
첫 발매 당시 캐나다, 미국에서 교육용으로 많이 팔린 컴퓨터였는데요.
이 코모도어 펫이 있었기에 코모도어 64도 탄생할수 있었던 것이었죠.
일단 외관을 살펴보면 정말 “우와! 이게 70년대 컴퓨터구나”라고
곧바로 알수 있을 만큼 ‘간지’가 좔좔 흐르는 각진 형태입니다.
특히 코모도어 펫 2001 시리즈 중에서
맨 처음 나온 모델은 구하는 게 조금 어렵습니다.
그만큼 희귀한 제품을 얼마 전에 구했고, 이 글에서 소개하게 되었네요.
그런데 2001이라는 숫자을 붙이고 보니 영화 <스페이스 오딧세이 2001>이 떠오르는군요.
그냥 착각이겠죠?
1977년 10월에 나온 코모도어 펫은 1982년에 단종됩니다.
5년 안팎으로 생존했으니 제법 오래 견뎠습니다.
그런데 코모도어 펫은 진짜 무겁습니다.
모니터와 본체까지 모두 일체형인데다 거의 다 쇳덩어리 재질을 썼거든요.
그럼에도 PET이라는 글씨는 참 예쁘게 각인한 듯합니다.
코모도어 펫의 키보드입니다만,
이 키보드를 한마디로 결론 내리면 정말 답이 없습니다.
풀사이즈 키보드가 아니므로 거의 계산기를 두드리는 느낌으로 눌러야 합니다.
그래도 이 초기 모델의 키보드는 예쁘기라도 한데요.
키보드에 색을 넣어 알록달록하니 말이지요.
미국에서 비인기였던 치클릿 키보드를 쓴 점도 특이한 부분이에요.
베이직 구동하는 컴퓨터답게 카세트 테이프가 있습니다.
모니터까지 모두 일체형이긴 해도 분해하는 법은 진짜 쉽습니다.
그냥 위로 들어올리면 되는데요.
마치 오래된 자동차 후드를 여는 듯한 기분이 들더군요.
왜 이런 식으로 분해를 할 수 있게 만들었을까요?
그것은 의문이지만, 안을 보니 그렇게 뭐 복잡하지도 않습니다.
문제는 이 코모도어 펫이 고장이었다는 점인데요.
고쳐도 쓸 줄 모르지만, 고장난 건 수집품 목록에 두는 성격이 아니라서요.
구글신에게 물어 Matthew 라는 코모도어 2001만 취급하는 사람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흥미롭게도 그는 메인 보드만 보내라더군요.
이를 분해해 보냈더니 아주 친절하게 고쳤을 뿐만 아니라 지저분한 부분을 다 닦아주더군요.
하지만 공짜는 아니었지요.
수리비만 200달러가 들었으니까요.
수리 결과 아주 잘 켜집니다.
베이직에서 할 줄 아는 게 딱 하나,
이렇게 이름을 출력하는 게 전부에요.
어쨌거나 IBM이 빈티지 컴퓨팅에서 확실한 자기 색깔을 갖고 있는데
코모도어도 질 것 같지 않더군요.
그래서인가요? 이런 귀한 컴퓨터를 구하고 보니 기분이 좋네요.
이런 기분 때문에 빈티지 컴퓨터를 구매하나 봅니다..
근데 할 줄도 모르고, 할 것도 없어요.
기회가 되면 또 다른 코모도어 펫 2001 모델을 한번 리뷰하겠습니다.
가격이 꾸준히 오르는 제품이어서 그런지 계속 흥분이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