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사람은 도구를 ‘이용’하지 도구와 ‘소통’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고 도구가 점점 똑똑해지면서 ‘이용’과 ‘소통’의 경계가 불분명해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도구를 쓰고 있는가, 도구와 상호작용하고 있는가에 대한 또 다른 물음을 솔루(Solu)가 던졌다.
솔루(Solu)는 클라우드(Cloud) 기반의 미니 PC 제품이다. 이른바 ‘라즈베리파이’나 ‘카노’ 같은 제품이다. 그러나 특이한 점이 있다. 장치 위에 터치스크린이 있다. 이 터치스크린은 마우스 대신에 조작하는 데 쓸 수 있다.
터치스크린을 내장한 때문에 솔루 본체만 있으면 제한적이나마 기능을 다룰 수 있다. 물론 다른 미니 PC 제품군처럼 모니터와 키보드까지 갖추면 솔루를 더 완벽하게 쓸 수 있다. 클라우드 기반의 제품이라 인터넷에 연결하면 더 편리하게 쓸 수 있지만, 클라우드에 파일을 동기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므로 인터넷이 없는 곳에서도 쓸 수는 있다. 자체 개발한 솔루OS(SoluOS)와 솔루 클라우드(SoluCloud)를 넣었는데, 솔루 클라우드에 솔루의 모든 정보가 저장되므로 기기를 잃어버리거나 파손해도 새로운 기기에서 그대로 원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제작사가 운영체제와 클라우드 서비스를 동시에 개발한 데는 솔루를 개인용 컴퓨터(PC, Personal Computer)로 보는 게 아닌 사회적 컴퓨터(SC, Social Computer)로 인지하고 있어서다. 솔루OS의 핵심 기능은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솔루OS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은 이용자가 제작한 문서의 공유와 협업이다. 이를 위해 어떠한 문서를 공유하면, 이 문서를 편집할 수 있는 앱도 함께 공유된다. 수신자는 함께 온 앱을 통해 공유한 문서를 즉각적으로 편집할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은 기록되어 변경점을 확인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제품이나 구글 드라이브에서 제공하는 실시간 협업을 솔루는 다른 방식으로 풀이하고 있다. 일련의 모든 과정은 사회적 과정이며, 따라서 솔루가 사회적인 컴퓨터로 불릴 수 있는 이유다.
솔루OS의 UI를 보면 상호작용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솔루의 UI는 사람의 뇌를 흉내낸 형태로 구성되었다. 뉴런이 뻗어나가듯 구조화된 UI를 이용하면 쉽게 파일이나 앱을 찾아 쓸 수 있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솔루가 지향하는 바는 뚜렷하다. 사람이 상호작용하며 살아가듯, 솔루도 상호작용하며 작동한다. 그러면서 솔루는 사람과 상호작용하고, 사람과 사람의 상호작용을 돕겠다는 것이다.
이 도발적인 지향점은 일단 소비자에겐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 같다. 솔루는 정식 출시를 앞두고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에 제품을 올렸다. 약 열흘 남짓 남은 지금, 솔루는 목표액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미니 PC치고 제법 가격이 나가는 449유로에 내놨는데도 반응은 호의적이다.
그뿐만 아니라 솔루OS에서 제공하는 솔루 클라우드는 별도의 값을 내야 쓸 수 있는 유료 구독 서비스이다. 제한된 핵심 기능이 아닌 모든 기능을 쓰려면 매달 19달러를 내야 한다. 선뜻 지갑을 열기 어렵다. 그런데도 킥스타터에서 순항 중인 것을 보면 제품이 가진 매력은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아마 남은 기간 동안 모금에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솔루와 솔루OS 등에 관해 좀 더 자세한 내용은 킥스타터 홈페이지와 솔루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