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통계는 아니지만, 샌디스크가 밝힌 흥미로운 사실 중 하나는 이미 판매된 4억 2천만 대의 아이폰을 분석해보니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의 제품이 16GB의 저장 공간을 갖고 있더라는 점이다. 아이폰 64GB가 아이폰 16GB보다 미국에서 100달러, 국내에서 14만 원 정도 더 비싸기 때문에 좀더 값싼 16GB를 선택한 이들도 적지 않는 것이다. 물론 아이폰 16GB라도 아이폰의 기본 기능을 제대로 쓰지 못하도록 만든 것은 아니다. 단지 16GB라는 저장 공간 가운데 실제 운영체제가 차지하는 공간을 빼면 이용자가 실제로 쓸 수 있는 공간이 적을 뿐이다. 필요한 앱을 깔고 아이폰으로 자주 사진을 찍다보면 이 공간이 그리 넉넉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아이폰의 저장 공간이 줄어들 때 이를 다시 넓히기 위해 이용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몇 가지로 제약된다. 컨텐츠를 클라우드로 옮기고 아이폰의 용량을 확보하는 것이 첫번째다. 모바일 데이터를 소비해야 하는 단점은 있지만, 관리가 편하기 때문에 아이폰을 다룰 줄 아는 이들이 주로 쓰는 방법이다. 다른 방법은 외부 저장 장치를 이용하는 것이지만, 여기서 선택할 만한 제품이 그지 많지는 않다. 특히 아이폰의 여러 제약을 뚫고 쓸 수 있는 저장 장치는 더욱 그렇다.
샌디스크가 이러한 이용자들을 적극 공략하기 시작한 때는 2014년이다. 샌디스크가 아이폰 전용 플래시 메모리 장치인 아이익스팬드(iXpand)를 내놓은 게 이 무렵이라서다. 아이익스팬드는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곧바로 연결하는 플래시 저장 장치로 항상 부족한 저장 공간에 골치를 앓아왔던 저용량 iOS 장치 이용자들에게 가뭄의 단비와 같은 제품이었다.
첫 아이익스팬드 이후 샌디스크가 둘째 제품을 내놓는 데까지 1년 6개월을 썼다. 첫 제품에서 드러난 단점을 개선한 새로운 아이익스팬드를 11일에 국내에 공개한 것이다. 신형 아이익스팬드도 앞서 공개했던 제품과 마찬가지로 iOS 이용자들만 겨냥한 저장 장치로 출시했다. 하지만 액세서리의 형태를 바꾸고 소프트웨어를 개선한 것이 눈에 띈다.
새로운 아이익스팬드의 특징은 일단 크기를 확 줄였다는 점이다. 투박한 장치와 같았던 1세대에 비해 아주 작은 스틱 형태로 만든 덕분에 휴대하기 편해졌을 뿐만 아니라 라이트닝 단자에 꽂은 채 본체 뒤쪽으로 메모리를 구부린 형태여서 거치한 이후 모양새도 한결 좋아졌다. 연결 부위와 구부러진 부위가 쉽게 파손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내구성이 강한 소재를 썼고, PC와 연결하기 쉽도록 덮개도 없앴다.
아이익스팬드의 모양이 많이 달라진 것 뿐만 아니라 전용 앱의 기능을 개선한 점도 눈에 띈다. 아이익스팬드 전용 소프트웨어의 기능을 대폭 강화한 것이다. 아이익스팬드에 저장한 동영상을 볼 때 자막 출력 기능을 보완했고,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로 촬영한 사진을 본체가 아닌 아이익스팬드에 바로 저장할 수 있을 만큼 빠른 저장 속도도 빠르다는 게 샌디스크의 설명이다. 또한 애플과 협의한 끝에 아이익스팬드용 소프트웨어에서 본체에 저장되어 있는 아이튠스 음악을 재생하는 기능도 추가했다.
다만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의 백업용 저장 장치로도 활용할 수 있지만, 본체의 전원을 써야 하는 터라 오랫동안 아이익스팬드에 데이터를 넣거나 읽을 때 좀더 배터리를 많이 쓸 수도 있다. 샌디스크 코리아는 배터리를 내장했던 이전 세대에 비해 어느 정도 배터리를 소비하느냐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확실한 답변을 내놓지는 못했다. 또한 64GB 이하의 아이익스팬드는 첫 설계 당시부터 FAT32 파일 구조로만 포맷을 할 수 있는 탓에 4GB 이상의 데이터를 넣을 수 없다. 샌디스크 아이익스팬드의 가격은 16GB 7만3천 원, 32GB 9만7천 원, 64GB 13만6천 원, 128GB 20만7천 원으로 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