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찍는 일은 이제 낯설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을 보관하는 일은 어떨까? 촬영을 지나 데이터 보관과 관리의 영역으로 들어가면 아직 낯선 일의 투성이다. 과연 찍은 사진을 그날그날 다른 곳에 옮겨 저장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어쩌면 이런 의문을 갖는 사람이 오히려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런 일이 지속되면 결국 사진과 동영상을 찍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일이 생긴다. 웨스턴디지털이 조사한 결과를 봐도 그렇다. 미국, 독일, 중국에 거주하는 이용자 2,3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서 다양한 디바이스에 흩어져 있는 콘텐츠, 번거로운 백업, 부족해지는 휴대폰 용량을 문제로 꼽았다.
촬영하는 기기는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니 이런 문제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웨스턴디지털은 지난 3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모바일 데이터 관리를 돕는 액세서리 3종을 선보였다.
첫 번째 주인공은 400GB 용량을 갖춘 샌디스크의 ‘울트라 마이크로SDXC UHS-1 카드’다. 2015년에 공개한 200GB에 이어 두 배가 된 400GB의 용량은 현존하는 마이크로SD 카드 중 가장 큰 용량이며, 샌디스크가 최초로 개발했다.
UHS-1 등급의 속도를 갖춰 최대 읽기 속도는 100MB/s에 달한다. 그밖에도 SD5.1 규격이 요구하는 애플리케이션 성능 등급1(A1 등급)을 충족해 외장 메모리에 앱을 설치했을 때도 빠른 속도로 활용할 수 있으며, 랜덤 액세스 속도 또한 빠르다고 한다.
200GB 제품이 처음 등장했을 때도 ‘이 제품이 지금 필요한 제품인가?’에 관한 의문이 있었으나, 기술의 발전과 데이터의 고도화는 점차 고용량과 고성능 제품을 요구한다. 샌디스크 400GB 울트라 마이크로SDXC UHS-1 카드는 이러한 요구를 대비한, 몇 발자국 앞선 제품이라 보면 좋을 듯하다.
일차적으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외장 메모리에 쓰기 좋으며, 그밖에도 카메라나 액션캠 등에서 활용할 수 있겠다. 다만, 현재 기술의 최첨단에 선 제품이니만큼 가격은 조금 비싼 편이다. 현재 책정된 가격은 46만9천 원이나 점차 가격은 안정되리라 생각한다.
외장 메모리 역할을 하는 마이크로SDXC 카드가 안드로이드를 지원한다면, 샌디스크의 아이익스팬드 베이스(iXpand Base)는 아이폰을 지원하는 제품이다. 이 제품은 충전과 백업의 개념을 하나로 묶은 제품이다. 아이익스팬드 베이스는 마이크로 5핀 케이블로 전원에 연결하고, 다시 라이트닝 케이블을 연결할 수 있는 USB 타입A 단자가 마련돼 있다. 또한, SD 카드를 꽂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아이폰의 데이터를 SD 카드로 저장할 수 있다.
이용자가 해야 할 일은 간단하다. 아이익스팬드 베이스에 연결된 라이트닝 케이블을 아이폰에 연결하기만 하면 된다. 샌디스크에서 제공하는 전용 앱을 설치하고 초기 설정을 마치면 그 이후로는 아이폰 백그라운드에서 자동으로 데이터를 저장한다.
아이폰에 담긴 데이터는 안드로이드와 비교해 백업하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아이클라우드를 제공하고 있으나 이로 모든 데이터를 저장하기에는 용량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iTunes를 이용한 데이터 관리에 익숙하지 않고, 이렇게 연결하는 게 귀찮은 이유로 아이폰 이용자는 백업을 쉽게 미룬다. 그결과 데이터 유실이 발생하면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
아이익스팬드 베이스를 이용하면 데이터를 매일매일 백업할 수 있기에,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보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쉽게도 아이익스팬드 베이스는 아이폰 전용 액세서리다. 라이트닝 케이블 대신에 안드로이드 연결 케이블을 연결한다 해서 안드로이드 데이터를 백업할 수는 없다. 여러 사람이 하나의 아이익스팬드 베이스를 이용한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자동으로 저장공간을 나눠 폴더별로 저장한다고 한다.
SD카드를 뽑아서 다른 매체에 저장할 수도 있다. 용량은 32GB qnxj 256GB까지 지원하며, 가격은 8만9천 원에서 29만9천 원이다. SD카드를 교체할 수 있는 만큼, 고용량 SD카드를 별매해 용량을 확장할 수도 있겠다.
이 모든 데이터를 하나로 모으고 싶다면, 웨스턴디지털의 마이 클라우드 홈을 선택하는 것도 좋겠다. 마이 클라우드 시리즈는 웨스턴디지털에서 내놓은 NAS 제품이다. 그러나 마이 클라우드 홈은 NAS에 무게를 두기보다는 N드라이브나 구글 드라이브, 드롭박스 같은 퍼블릭 클라우드와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편의성’에 무게를 둔 제품이다.
마이 클라우드 홈은 1베이 제품과 2베이 제품인 마이 클라우드 홈 듀오로 다시 나뉜다. 2베이 제품은 레이드1로 묶여 하나의 하드가 고장 났을 때 이를 그대로 백업해 복원할 수 있어 안정성을 더했다.
WD 디스커버리 프로그램을 통해 윈도우 탐색기 또는 맥 파인더에서 네이티브 디스크처럼 파일을 확인할 수 있으며, 마이 클라우드 전용 페이지에서 로그인 과정을 거쳐 웹 UI로 볼 수도 있다. 새롭게 마이 클라우드 홈 앱을 출시해, 앱에서도 파일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다.
소셜 미디어 혹은 클라우드에 올라간 파일도 손쉽게 마이 클라우드 홈으로 가져올 수 있으며, Plex 미디어 서버를 지원하고 IFTTT 같은 부가 기능도 지원한다. NAS의 다양한 기능을 활용하기보다는 단순히 파일 서버로 쓰고자 한다면 별다른 설정이 필요 없는 마이 클라우드 홈이 괜찮은 제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쉬운 점 또한 있다. 첫 번째로 마이 클라우드 웹 혹은 앱에서는 미디어 파일을 재생할 때 자막을 지원하지 않는다. Plex를 이용하면 되나, Plex를 모바일에서 활용하려면 유료 플랜에 가입해야 한다. 또한, 파일을 다른 사람과 공유할 때, 공유 폴더 기능을 활용할 수 없다. 여러 사용자가 동시에 협업할 수 없고, 단순히 파일 링크를 전송하는 수준에 그치는 점 또한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1베이 제품의 안정성 또한 담보할 수 없다는 점도 잊어선 안 된다. 하드디스크는 어떤 상황에서 고장 날지 모르므로, 최소 듀오 제품을 골라 2차, 3차 백업을 마련하는 게 좋다. 하물며, 모든 데이터를 한 곳에 모을 수 있다는 제품이라면 더더욱.
하드디스크를 포함한 가격이므로 가격대는 제법 비싼 편이다. 1베이 제품이 2TB부터 8TB까지, 21만9천 원에서 46만9천 원이며, 2베이 듀오 제품이 4TB부터 16TB까지, 29만9천 원에서 104만9천 원까지다.
이번에 선보인 제품들은 부족한 저장 공간을 보완하고, 불편한 백업을 개선하며, 여기저기 산재한 데이터를 모으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모든 지향점은 데이터 관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 있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데이터 관리를 이미 하고 있다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게 느껴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