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가 필수 가전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아직 대부분이겠지만, 내 집에는 TV가 없다. 대신 거실에는 적당한 프로젝터를 달아놓고, 가끔 보고 싶은 방송, 혹은 영화만 골라서 보는 주의다. VOD 서비스만 이용하면 몇 가지 장점이 있는데, 첫 째는 보고 싶은 방송만 볼 수 있다는 점이고 둘 째로 동영상 재생이 끝나면 화면이 멈추니 바로 다음 행동을 이어나갈 수 있다. 멍하니 광고를 처다보며 시간을 축내는 일이 없다는 이야기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내가 프로젝터 환경에 매우 익숙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다. 회의시간에 가끔 처다보는 프로젝터 화면이 아니라 가정에서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 1년 이상 프로젝터 환경에만 메달려 있었다. ‘레노버 요가 탭3 프로(이하 요가 탭3)’를 반갑게 맞이한 것도 바로 같은 이유다.
갖고 싶어서 가격을 먼저 살펴봤다. 마음에 드는 제품이다. 지금까지 태블릿을 보며 ‘하나 살까?’싶은 경우는 그 이유가 극히 한정적이었다. 성능이 매우 뛰어나거나, 생각보다 무척 가볍거나, 그냥 변덕이다. 그런데 이 녀석은 조금 다른 이유로 구매 욕구가 생겨난다. 거실에 혹은 식탁 위에 올려두고 쓰고 싶은 욕심이 먼저 생긴다. 요가 탭3를 보고 ‘사무실에서 간단한 회의용으로 쓰기 좋다’, ‘가끔 들고나니며 영화를 보기 좋다’는 등의 평가를 내리는 이도 간혹 보이는데 아니다. 틀렸다.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요가 탭3에 달려있는 프로젝터는 50안시 수준에 최대 70인치를 지원하는 정도다. 시중에 판매되는 초소형 스마트빔과 비슷한 스펙이다. 프로젝터를 써본 적 없는 이에게는 이게 확실히 알기 어렵지만, 옆 사람이 스마트폰 화면만 켜도 흐리멍텅함에 한숨이 절로 나올 것이다. 한 밤중에 집안에 조명을 모조리 끄고 침대에 누워 천정에 화면을 비췄을 때, ‘볼만 한’ 수준이란 말이다. 그나마 최근 지어져 비교적 천정이 높은 아파트라면 밝기와 선명함이 다소 부족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걸 사무실에서 쓰겠다니, 외부 미팅에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니, 어불성설이다.
참고로 거실에서 사용하는 프로젝터는 2500안시급으로 요가 탭3의 40배가 넓는 밝기를 가지고 있음에도 날씨가 화창한 오전 시간에는 암막 커튼을 쳐놔도 밝기가 아쉬운 수준이다. 물론 해가 진 저녁에는 주방에 조명하나 켜놓는 정도로는 화질을 해치지 않는다. 이 때 화면의 크기는 약 200인치 수준이며, 80~100인치로 화면을 줄이면 오전에도 나쁘지 않은 화면을 보여준다. 50안시 휴대용 프로젝터를 들고 다니며 미팅에 활용하고 싶은 꿈을 꾸고 있었다면 빨리 버리도록 하자.
게다가 무게는 620g으로 고기 한 근 무게가 넘는다. 가볍게 들고다니며 쿨하게 쓰기 좋은 스펙이라 자랑하기 어렵다. 버스에서, 전철에서, 비행기에서 영화를 보건 책을 읽건, 당신에게 더 좋은 선택지가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요가 탭3는 주말에 식탁에서 라면을 먹으며, 거실 한 구석에 달력을 띄워놓는 그럴싸한 아이템으로, 부부가 침대 위에서 영화를 보는 순간에 필요한 그런 아이템이다.
요가 탭3의 프로젝터는 적당히 벽에 화면을 뿌리면 화면 비율을 스스로 맞춰주는 기능 덕분에 거창한 거치대가 없이 적당히 세워두는 것만으로 사용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초점을 조절하는 것도 쉽고, 프로젝터를 켠 상태에서 배터리도 오래 버텨준다. 완전히 충전된 상태에서 약 3시간 30분을 연속해서 TV를 시청하니 약 35% 정도 배터리가 남아 있었다. 긴 영화 한 편, 드라마 두세 편은 충분히 보고도 남는다.
소리의 울림도 무척 좋다. 레노버가 자랑하는 돌비 사운드도 여전히 지원하고, 본래 스피커가 듬직한 녀석이라 별도 외장 스피커를 연결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밖에 다른 기능은 여느 태블릿에서나 볼 수 있는 수준으로 특별히 뛰어나거나 모자르지 않는다. QHD 해상도에 1300만 화소 카메라 등, 눈 두 개, 코 하나, 입 하나 달린 매우 정상적이고 건강한 태블릿이다. 프로세서가 인텔 X5-Z8500으로 조금 독특한데, 아주 고성능이라고 보기는 조금 어렵다. 살짝 버벅이는 모습도 보이긴 하지만, 용도를 미디어 콘텐츠 관람으로 한정한다면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레노버 요가 탭3 프로는 용도가 무척 확실하게 정해진 제품이다. 앞서 설명한 내용을 충분히 확인하고 구매를 고려하자. 21세기를 선도하는 비즈니스맨을 꿈꾸는 이에게는 알맞지 않는다. 혼자 자취하며 라면 끓여먹는 것이 취미인 분, 침대에서 알콩달콩 TV나 영화를 즐길 신혼부부, 아이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진열하면서 Wi-Fi 기반의 조명을 조절하는 등 다양한 기능이 필요한 이라면 아주 적절한 제품으로 부족함이 없다. 딱 한 가지, 적외선 리모컨 센서가 포함되어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