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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렌지에 넣으면 지워지네? 로켓북 웨이브의 비밀

아날로그 데이터와 디지털 데이터는 공존할 수 없는가? 사람이 손으로 남긴 아날로그 데이터와 디지털 입력장치를 통해 입력한 디지털 데이터는 분명한 성격만큼이나 다른 형태로 저장해야 했다. 그러나 이러한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이른바 ‘디지털 필기’의 영역이 새롭게 열리고 있어서다.

디지털 필기를 위해선 펜과 종이가 디지털 입력 도구여야 한다. 아니면 필기 데이터를 디지털로 변환하는 촬영 도구가 필요하다. 펜에 적외선 장치를 달고 일종의 코드를 종이에 인쇄해 필기를 추적하는 방식은 라이브스크라이브(Livescribe) 펜, N2 펜, 근래에 발표한 몰스킨의 스마트 라이팅 세트(Smart Writing Set)가 있다. 뱀부 스파크도 비슷한 방식이나 종이에 코드를 인식하는 방식이 아니라 폴리오 내부에 패널이 있어 전용 펜의 위치를 인식하는 방식이다. 태블릿 PC에 전용 펜을 통해 디지털 필기를 입력하는 것도 이런 형태에 속한다.

↑ 모닝글로리에서 판매한 테이크아웃노트(TakeOut Note)

전용 촬영 장비가 필요한 방법은 대표적으로 에버노트와 몰스킨의 콜라보레이션 노트가 있다. 몰스킨 노트에 펜으로 필기한 후에 에버노트 스캐너블(Evernote Scannable)로 촬영하면 내부 그림이나 스티커를 인식해 문서로 저장하고 노트를 자동 분류하는 기능도 갖췄다. 국내에선 테이크아웃노트가 한국문구공업협동조합과 연계해 몇 개의 디지털필기 노트를 출시했다. 대표적으로 모닝글로리의 테이크아웃노트가 있다.

인디고고에 올라온 로켓북 웨이브(Rocketbook Wave) 제품도 이러한 디지털 필기를 지원하는 제품이다. 이미 작년에 선보인 바 있는 로켓북(Rocketbook)의 두 번째 제품인 로켓북 웨이브는 전용 촬영 장비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 로켓북 웨이브. (출처 | 인디고고 로켓북 웨이브)

로켓북 웨이브는 일정간격으로 점이 찍힌 노트에 글씨를 입력하고 전용앱으로 촬영하면 이를 디지털 데이터로 저장하는 방식을 취했다. 노트에 글씨를 쓰고 나면 전자렌지에 돌려 글씨를 지울 수 있어 몇 번 다시 쓸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특징은 잠시 접어두고 일단 노트를 좀 더 살펴보자.

↑ 로켓북 웨이브. (출처 | 인디고고 로켓북 웨이브)

달라진 로켓북 웨이브는 장마다 검은색 페이지 안에 흰색 종이가 붙어있는 모양처럼 보인다. 이를 통해 전용 스캔앱이 각 장의 범위를 더 빠르게 인식할 수 있다. 종이에는 일정 간격으로 점이 찍혀 있어 이를 통해 기울기 등을 쉽게 보정할 수 있다. 내부 QR코드는 로켓북 전용 앱이 각 스캔의 페이지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하고, 아래 있는 아이콘은 앱이 인식해 앱 설정에 맞춰 페이지를 자동으로 분류할 수 있다.

↑ 로켓북 웨이브. (출처 | 인디고고 로켓북 웨이브)

아이콘에 표시함으로써 자동 분류작업을 지원하는 것은 이미 에버노트 스캐너블 등에서 볼 수 있는 기술이라 특이한 점은 없다. 로켓북 웨이브 전용앱 또한 이미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렌즈, 에버노트 스캐너블등 유사한 앱이 있다.

특이한 점은 노트를 음료를 담은 머그컵과 함께 전자렌지에 넣어 음료도 데우고 종이를 깨끗하게 만드는 점인데, 이는 사실 함께 쓰는 펜이 파이로트 프릭션(Pilot Frixion)이기 때문이다. 프릭션 볼펜은 흔히 ‘지워지는 볼펜’으로 시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제품이다. 뒤에 있는 실리콘팁으로 글씨를 문지르면 글씨가 사라지는데, 이는 잉크의 특성을 이용한 방법이다.

프릭션 볼펜의 잉크는 온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열변색성(thermochromism)’ 특성이 있다. 섭씨 60도 이상의 온도에서 잉크가 하얗게 바뀌는데, 이를 이용해 실리콘 팁과 종이의 마찰력으로 잉크를 하얗게 바꿔 ‘지워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하얗게 날아간 글씨는 다시 일정 온도 이하로 내려가면 원래 색으로 돌아온다. 따라서 냉장고나 냉동실 같은 곳에 지워진 글씨를 넣으면 다시 원래 색으로 돌아가는 걸 볼 수 있다.

↑ 파이로트 프릭션(Pilot Frixion)

원리를 알면 더이상 특이한 건 없다. 프릭션으로 쓴 로켓북 웨이브는 전자렌지뿐만 아니라 복사기에 넣고 복사해도, 인디고고 페이지에서 볼 수 있듯 드라이기로 따뜻한 바람을 쪼여도 새하얗게 바뀔 것이다. 이렇게 색이 바뀐 건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므로 흔적은 노트에 그대로 남을 것이다. 이점을 우려해 로켓북에서도 몇 번 재사용 후엔 잔상(Ghost Image)이 남을 수도 있으며, 일반적으로 10회 정도 재사용을 권한다고 밝혔다.

로켓북 표지의 색이 변하면 안에 잉크가 모두 지워졌다는 설명도 결국 열변색성을 갖춘 소재로 표지를 만든 것이므로 특별할 건 없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로켓북 웨이브 한 권과 프릭션 볼펜 한 자루에 27달러라는 가격은 조금 비싼감이 있다.

↑ 로켓북 웨이브 가격. (출처 | 인디고고 로켓북 웨이브)

대형 문구점에서 프릭션 볼펜 한 자루가 1500원선에서 팔리는 걸 고려하면 로켓북 웨이브 노트 한 권의 가격이 거의 2~3만원에 달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자동 분류 기능만 포기하면 일반 노트와 프릭션 펜, 그리고 에버노트 스캐너블이나 오피스 렌즈 앱으로 비슷한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필기 방법이 등장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종이에 직접 쓰는 ‘손맛’이라는 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로켓북 웨이브는 손맛을 살리면서 참신한 발상이라는 평가를 받아 킥스타터와 인디고고 같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서는 높은 인기를 끌었다. 지금 구매하면 2016년 8월쯤 받아볼 수 있다.

출처 : 인디고고, 킥스타터

Byoungho Park
글쓴이 | 박병호(Byoungho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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