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지난 해의 변신이 너무 파격적이었나보다. 8월 31일 저녁 6시 독일 베를린 템포드롬에서 진행된 발표회를 마치고 만난 기어 S3는 의외로 신비로운 존재로 보이진 않았으니까. 물론 전작에 견줄 필요도 없이 훨씬 세련미 넘치는 제품인 것은 분명한데도, 화면 테두리를 돌리던 기어 S2의 획기적인 시도를 넘어설 만한 충격적 반전을 찾는 것은 어려웠다.
그래도 지난 1년을 가다듬어 내놓은 기어 S3다. 지난 해 기어 S2와 기어 S2 클래식이라는 두 가지를 공개한 것처럼 기어 S3 프론티어와 기어 S3 클래식이라는 두 가지 모델을 준비했다. 전작에서 채우지 못한 실용성과 아날로그 시계에 버금가는 스타일을 결합한 기어 S3는 허투루 지나치기 힘들다.
기어 S3 프론티어와 기어 S3 클래식은 톱니바퀴 휠 때문에 비슷해 보여도 실제 느낌은 조금 다르다. 둘다 기어 S2 클래식을 모티브로 만든 듯 보이지만 톱니바퀴 휠을 빼면 프론티어는 좀더 강한 느낌인 반면 클래식은 매끈한 느낌이 강하다. 두 제품의 기능적인 차이는 없다. 단지 시계의 재질, 버튼 같은 외형적인 형태와 주변 색상에 따라 느낌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런 기어 S3 프론티어와 클래식을 손목에 찼을 때 첫 인상은 ‘커졌다’다. 비록 화면 크기를 1.2인치에서 1.3인치로 0.1인치 키웠을 뿐지만, 손목 위에서 보는 화면의 느낌은 전혀 다르다. 적어도 기어 S2의 화면에서 느꼈던 답답함은 기어 S3에서 꽤 줄어든다. 기어 S2가 화면 둘레의 테두리 면적이 적어 화면을 작게 보이게 만든 반면, 기어 S3는 둘레 면적이 좀더 넓게 보여서 그런지 화면이 좀더 크게 보이는 효과도 있는 듯하다.
화면이 커진 만큼 기어 S3의 덩치도 그만큼 커졌고 바디 무게도 늘었다. 다행인 것은 기어 S2 3G보다 두께가 얇아 시계줄 고리 부분이 손목에서 붕 뜨는 현상이 줄었다는 점이다. 화면은 커졌는데도 해상도가 전작과 같다보니 인치당 픽셀수(PPI)가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있는데, 단번에 그 차이를 알아낼 정도로 빈틈이 많진 않다.
기어 S3 프론티어와 클래식에서 한 가지 바람직한 변화는 항상 시계 화면을 띄우는 ‘올웨이즈 온’. 배터리를 절약하고 번인을 막기 위해 항상 화면을 꺼 두었던 기어 S2와 달리 기어 S3는 밝기를 낮추고 배경을 없앤 시계 화면을 항당 표시해 시계로 작동한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다. 사실 다른 스마트워치에 비해 이 기능의 적용이 조금 늦은 감은 있으나 어찌됐든 더 늦지 않고 이 기능을 넣은 것은 바람직하다.
그런데 기어 S3 프론티어와 S3 클래식은 기본적으로 3G나 LTE 통신 기능을 갖고 있다. 지난 해 기어 S2를 처음 발표할 때 통신 모듈 없는 블루투스 모델을 이번엔 찾아볼 수 없다. 사실 기어 S2 블루투스 모델은 가격을 낮춘 반면 GPS도 없고 통화를 위한 스피커마저 제외하면서 불만을 낳기는 했다. 이후 기어 S2 3G에서 데이터 통신을 통해 위치를 보정하는 A-GPS와 스피커도 모두 살렸는데, 이번에는 처음부터 통신 전용 모델로만 출시해 지난 해에 나왔던 불만을 없애기로 한 모양이다. 하지만 이 말은 곧 기어 S3를 이통사를 통해 약정 구매를 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고도계와 GPS를 활용하는 몇몇 앱이 추가됐고 시계 화면에 따라 이용자가 직접 정보를 바로 볼 수 있게 하는 기능도 추가됐지만, 아마도 삼성 페이의 적용이 전작과 기능적인 부분에서 가장 큰 차이로 말할 만하다. 기어 S3 프론티어와 S3 클래식에 삼성 페이를 위한 MST를 넣었기 때문. 다만 갤럭시 스마트폰의 삼성 페이와 다른 한가지는 지문이나 홍채 같은 생체 인증이 생략된다는 점이다. 실제 시연을 해보니 카드를 꺼낸 뒤 단말기에 대면 그만이었는데, 카드를 인증하고 도난에 대비한 잠금 장치가 없다는 게 조금 의아한 부분이다.
기어 S3 프론티어와 기어 S3 클래식은 확실히 놀랄 만한 제품은 아니지만, 적어도 시계 형태의 스마트워치를 찾는 이들을 향한 나름의 방향성을 유지하려 애쓴 인상이 짙다. 더 이상 기어 S2 같은 파격을 끌어낼 수 없기에 이제 성숙해야 하는 것을 본능적으로 아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다행히 다른 시계 스타일과 겹치지 않고, 전작의 부족한 점을 잘 메운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블루투스 버전이 없는 만큼 이전보다 선택권은 조금 들어들 수밖에 없을 듯하다. 아참, 배터리 시간은 최대 72시간으로 늘었다. 현장에서 배터리 시간을 확인할 방법은 없었는데, 배터리는 서서히 성숙하는 게 아니라 여전히 파격을 필요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