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스마트폰과 인연이 깊은 것은 아니다. 엑스페리아 Z2와 Z2 태블릿을 살때만 해도 전용 독을 국내에서 살 곳이 없어 일본까지 다녀왔을 정도로 열정이 넘치는 시절도 있었다. 지처버린 이유는 줄기차게 쏟아지는 신제품 탓이다. 하이엔드 제품을 1년에 두 번씩 토해내니 당해낼 제간이 없었다.
간만에 만났다. 엑스페리아는 정말 오랜만이다. 소니만의 깔끔한 생김세는 변함이 없다. 이리 휘고 저리 휘어진 제품도 많이 봐온터라 뭔가 특별하는 느낌보다는 익숙하다는 감정이 앞선다. 꽤 오랜시간 국내에 제품을 선보이지 않았던 소니가 엑스페리아 X 퍼포먼스를 출시했다.
선명하고 깔끔한 디스플레이도 여전하다. 과거 4K 수준의 부담스러운 과도함은 찾을 수 없다. 5인치 풀HD 디스플레이에 엑스페리아 특유의 브라비아 디스플레이 기술이 적용되었다. 사진으로 화질을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엑스페리아의 색감은 무척 뛰어나다.
처음부터 엑스페리아의 카메라는 유명했다. 셔터버튼을 따로 만들어 옆에 붙여놓은 것으로도 충분히 특별했고, 뛰어난 사진 품질은 사용자를 흡족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4K 촬영을 지원하는 것도 화제였는데, 발열 탓에 실제로 5분도 촬영을 할 수 없던 건 치명적인 단점이었다. 엑스페리아 X 퍼포먼스는 4K 동영상 촬영 기능이 완전히 빠졌다. 해결이라면 해결이다.
삼성이 앞, LG가 뒤라면 소니는 옆이다. 모든 버튼이 측면에 달려있는데, 전원버튼은 지문 인식 센서를 품고 잇는 녀석이다. 그 옆으로는 볼륨 조절 버튼과 소니만의 특징인 카메라 셔터 버튼이 있다. 한 손으로 스마트폰을 자연스럽게 쥐었을때 엄지손가락이 가는 위치에 전원버튼이 달려있다. 화면을 켜고 끄기가 상당히 편하다. 다만, 왼손잡이에게는 자비가 없다.
엑스페리아 Z2까지만해도 모든 방수부는 뚜껑이 씌워져 있었다. 그 뒤로는 모두 노출 방수로 바뀌었는데, USIM과 마이크로 SD카드를 넣는 자리는 예외다. 얇은 침을 쓰지 않아도 손톱으로 손쉽게 열 수 있는 수준이다. 자주 여닫는 부분은 아니라 크게 신경쓰이지는 않는다.
소니의 UI는 지금보니 살짝 심심하다. 깔끔하고 간결한 것은 맞는데, 구글 머터리얼에 익숙해지니 뭔가 상당히 이질적인 느낌이다. 배터리의 사용량을 줄여주는 스테미너 모드도 여전하다. 다른 스마트폰의 절전모드와 동일한 기능이다. 엑스페리아 X 퍼포먼스의 배터리는 2700mAh 수준으로 큰 편은 아니지만, 영화나 게임을 계속 돌리지 않는한, 하루 정도는 무난하게 쓸 수 있다.
화면의 색감을 조절하는 이미지 향상 기능은 쉽게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옵션을 이리저리 바꿔보면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어둡고 밝은 부분의 차이를 조금 더 확실하게 비춘다. 아울러, 지문을 등록하거나 인식하는 방식은 옆 면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이미 많은 이용자가 익숙하게 쓰고 있어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좋은 소리도 엑스페리아의 큰 강점이다. 엑스페리아 X 퍼포먼스는 DSEE HX, LDAC 등 최근 좋다는 기능은 모두 포함하고 있어 지원해주는 액세서리만 구입한다면 충분히 좋은 소리를 들려줄 것으로 기대한다. 노이즈 캔슬링은 전용 이어폰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꼭 한 번은 써볼만 하다.
스마트폰에 의존하는 방식이라 이어폰 줄에 별도 장치가 달려있지 않고 충전도 필요가 없다. 노이즈 제거 수준이 매우 뛰어나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주변의 불필요한 소음을 충분히 줄여준다. 엑스페리아 전용 아이템으로 다른 스마트폰에서는 물론 쓸 수 없다.
엑스페리아 X 퍼포먼스는 과유불급을 깨우친 정갈한 스마트폰이다. 스냅드래곤 820에 3GB 메모리, 200GB까지 확장할 수 있는 외부 슬롯과 F2.0에 달하는 카메라 등 최근 출시되는 스마트폰에 밀리지 않는 성능은 온전히 취했다. LDAC, 노이즈캔슬링, 5배 클리어 줌, 빠른 AF 등 엑스페리아만의 장점은 더했고, 4K 디스플레이와 감당하기도 쓰기도 어려운 4K 영상 촬영 기능도 과감히 버렸다.
선택과 집중.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제품이다. 오랜 시간 질리지 않고 쓸만한 제품을 찾고 있는 이에게 추천하고 싶은 제품이다. 한국에서 쓰기 불편하단 소문도 있었고, 사실이기도 했지만, VoLTE도 지원하는 등 한국 시장에 잘 맞춰 출시되 그런 불편도 더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