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5140.
1986년 4월 3일 IBM에서 처음으로 만든 ‘랩탑’입니다.
(랩탑은 무릎 위에 올려 놓는 PC라는 의미로 동양권에서는 노트북으로도 불립니다)
그리고 IBM에서 처음으로 3.5인치 디스켓을 쓴 컴퓨터이기도 해요.
아직까지 매물이 종종 있어서 구매할 기회는 있었지만,
너무 세련된 디자인 때문에 계속 미루고 있었던 노트북이었습니다.
다행이 좋은 셀러를 만나는 구입할 수 있었고,
초기 버전이 아닌 후기 버전을 살 수 있는 행운까지 겹쳤어요.
대부분 수집가들은 초기 버전을 원하지만
IBM 5140 같은 제품은 초기 버전에 흔히 말하는 백릿(Backlit)
그러니까 LCD 화면 뒤에서 불을 켜주는 백라이트가 없습니다.
가뜩이나 화면도 잘 안보이는데 백릿이 없으면 더 안보였겠죠.
아무리 휴대할 수 있는 랩탑이라지만
2015년인 지금은 정말 용서가 안되는 무게입니다.
무려 13파운드, kg 단위로 바꾸면 무려 5.8kg이나 되니까요.
(요즘 1kg도 채 되지 않는 노트북과 비교해 보세요~)
그래도 IBM답게 중후한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심지어 손잡이까지 쇠로 되어 있습니다.
(쇠가 아니면 손잡이가 망가졌을 거에요)
당시 제원은 4.77MHz 인텔 8088 프로세서에 256KB 램이 기본이었고
640KB까지 램을 늘릴 수 있었어요.
플로피 드라이브의 용량은 720KB에 불과했는데,
이 모든 걸 포함한 가격이 당시 2천불이었습니다.
(노트북인데 이 정도 값이면…)
쇠로 된 손잡이는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데요.
그런데 손잡이를 조절하는 것보다 화면을 여는 방법이 신기합니다.
이렇게 손잡이를 올리면 끄트머리에 작은 버튼이 두 개 보이는데,
양쪽에 아주 살짝 튀어나온 버튼을 누루면 딸깍 하고 화면이 열리거든요.
화면이나 여러 부품들이 참 신기하게 생겼어요.
정면에서 찍은 사진인데요.
3.5인치 플로피 드라이브가 양쪽에 달려있습니다.
지금 보니 참 신기한 디자인이 아닐 수 없네요.
화면 아래 양옆으로 밝기 조절과, 명암 조절이 있는데요.
이것도 아주 잘 작동합니다.
그나저나 전원 공급은 어떡하냐고요?
안타깝게도 전원 공급 장치는 노트북에 내장되지 못하고
이렇게 바깥에 벽돌 크기만 외부 어댑터를 꽂아야 합니다.
아이폰 5S 와 비교해보니 좀 크긴 크네요.
그래도 많이 무겁지는 않습니다.
IBM 5140에 비하면 이것은 아무것도 아니죠. ^^
위 사진에 보이는 빨간색 버튼이 전원 스위치입니다
예전에도 빨강은 IBM의 상징이었네요.
그 바로 뒤를 보면 확장 모듈을 계속 늘릴 수 있는 단자가 있습니다.
비디오 출력이나 프린터를 연결할 수 있는 것이죠.
그 이외의 확장 모듈이 더 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IBM 5140의 전체적인 느낌은 너무 구겨 넣은 느낌이랄까요..
내장형 모뎀도 있지만 하드디스크를 넣을 자리는 없었습니다.
그냥 전원 버튼만 한번 누르면 꺼지지 않고 서스펜드 모드로 갑니다.
처음에 깜짝 놀랐네요.
그 이전에 테스트 했던 기록들이 다시 나왔거든요.
때문에 리뷰를 위해서 초기화 했습니다.
초기화를 한 뒤에 배터리가 없다는 메시지가 떠서 깜짝 놀랐습니다.
하지만 이내 열심히 디스켓을 읽고 부팅을 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단지 시간이 조금 오래 걸렸을 뿐이에요.
이 IBM 5140의 디자이너는 리차드 사퍼(RICHARD SAPPER),
독일의 산업 디자이너였습니다.
다만 이 노트북은 많이 팔지 못했어요.
너무 무거웠고 빠르지도 않았으니까요.
당시 경쟁 상대인 컴팩(COMAQ)이나 도시바, 제니스(ZENITH) 제품들이 더 가벼웠고
하드디스크도 내장한 데다 프로세서를 인텔 80286을 썼는 데도
반값에 팔았던 점을 생각하면 IBM이 너무 이름 값을 붙인 게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더구나 확장 단자는 다른 컴퓨터와 호환이 없었습니다.
오직 IBM에서 만든 것만 쓸 수 있었거든요.
LCD 글자는 읽기 어려웠으며 너무 길쭉했습니다.
화면이 길어 해상도도 변형된 점도 좀 답답했고,
키보드는 두드릴 수는 있었지만 조금 둔탁한 느낌이 강하더군요.
IBM 5140 같은 노트북의 선조들의 진화를 거쳐
지금 우리는 아주 멋진 노트북을 쓰고 있는데요.
그래도 이 랩탑을 보면 그저 운동하기 좋다는 생각만 드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어요.
이것을 들고 다녔던 그 때의 비즈니스맨들이 참으로 대단하다 싶네요.
원문 출처 | 블로그 1959cadillac.blog.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