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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갤럭시를 떠난다

* 편집자 주 : 삼성전자는 발화 위험이 높아진 갤럭시 노트7의 생산을 중단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제품으로 교환과 구매 금액을 돌려주는 환불도 진행 중이지요.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던 일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조용히 갤럭시 노트7을 쓰던 일반 이용자들이 겪고 있는 불편과 고통은 그 이상으로 심각합니다. 스마트폰의 복잡한 유통 구조로 인해 환불도 쉽지 않고 교환마저 꺼리는 게 현실이지만, 갤럭시 노트7을 만든 제조사나 스마트폰을 유통하는 이통사 어느 쪽도 적극적으로 보상에 나서지 않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갤럭시 노트7을 구매한 뒤 그 고통을 호소하는 한 명의 구매자가 익명으로 글을 보내왔습니다. 익명(Anonymous)이 보내온 글, 그래서 A군이라는 필명으로 글을 내보냅니다. 그는 왜 갤럭시 스마트폰을 쓰지 않겠다고 다짐했을까요? 

최고에서 최악으로, 전 세계가 놀란 갤럭시노트7

내가 좋아하는 워닝은 이런 워닝이 아니다.

갤럭시노트7이 폭발한 이후, 괜찮을 것이라던 교환품까지 연이어 폭발, 결국 내린 결론은 생산 중단과 전량 교환, 환불이다. 그 많은 물량을 어떻게 소화할 것이냐는 주변 눈치에 ‘빠른 물량 수급을 통해 원활히 교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잠시, 현실은 지옥이다.

사전 예약 구매자라는 원죄 덕분에 배터리 60% 제한에 시달린 지도 오래다. 원활할 것이라던 교환 프로그램은 물량 부족을 이유로 문전박대당하기 일쑤다. 정식으로 교환을 신청할 수 있던 것은 프로그램이 시작되고 약 2주 만이었다. 

100만 원에 달하는 최신 스마트폰이 불편함을 넘어 목숨을 위협할지 누가 알았겠는가. 2주가 넘는 스트레스는 다음으로 넘기더라도 교환하고 싶었다. 환불하고 싶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교환/환불 미션을 부여했습니다

뭔가 서비스를 받는 기분이 아니다. 경험치를 쌓기위한 미션을 수행하는 느낌이다. 방법은 스스로 찾아야 하고, 실패를 통해 배워야 했다. 삼성디지털프라자를 통해 갤럭시노트7을 구입했다면 앞으로 설명하는 과정을 그대로 거쳐야한다. 각오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초기 제품 폭발로 인한 불안감 + 1차 리콜 실시 후 교환까지 약 2주간 배터리 60%(혹은 80%) 제한된 휴대폰 사용의 스트레스 + 교환하는데 들어간 시간과 비용 + 무책임한 태도’를 생각하면 다시는 갤럭시 시리즈를 사용하고 싶지 않다.

이 사진을 올리면 기사가 삭제된다지?

삼성 디지털프라자에서 환불을 요청했다. 디지털프라자에서는 ‘개통을 취소하고 원복해야 하니 이전에 사용하던 기기 혹은 공기계를 가져와야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과연 새 핸드폰 구매 후 이전의 기기를 보관하고 있는 사용자가 얼마나 될까? 당신은 과거에 쓰던 스마트폰을 팔아도 안 되고, 망가뜨려서도 안 된다. 잃어버리는 것은 논외다.

어쨌건 제품이 없다면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공기계를 구해야한다. 소비자의 물질적, 정신적, 시간상으로 손해는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다. 삼성전자 제품의 판매를 책임지는 자회사인 디지털프라자에서 노트7을 구매했더라도 ‘공기계가 없으면 환불이 불가능하며, 삼성 제품으로의 교환만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제조사 잘못으로 인한 모든 책임을, 불편한 과정을 모두 겪어야 하는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꼴인 셈이다.

결국 지인을 스마트폰을 빌려 간신히 환불받을 수 있었다. 홀로 남겨진 액세서리도 모조리 환불받았다. 노트7 관련 액세서리는 제품 구매 영수증, 구입한 실 제품, 통장사본을 지참하여 ‘삼성전자 서비스센터’로 방문하면 환불처리가 가능하다. 또한, 삼성전자 공식 액세서리가 아니더라도 갤럭시노트7 액세서리라면 모두 동일하다. 반면, 디지털프라자에서 구매한 삼성 정품 액세서리는 영수증을 지참하여 디지털프라자에서 환불해야 한다.

요즘 사람들이 상당히 예민하다

그런데 이게 또 바뀌었다. 이전에 여러 가지 액세서리를 환불받은 소비자와 다르게 10월 17일부로 바뀐 정책에 따라 액세서리 품목당 1개씩 환불처리가 가능하다고 한다. 한마디로 여분의 케이스,필름 등을 보관하고 있어도 종류당 1개씩만 환불이 가능한 것으로 변경됐다는 것인데, 현재 서비스 센터별로 다르다는 의견이 있다.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이야기는 삼성 관련 카페나 블로그 등에서 얻은 정보로 공식 정보가 아니다. 삼성전자는 이와 관련하여 어떠한 공식적인 공지를 배포하지 않았다.

 

노트7 교환/환불, 진짜 ‘가능’만 하다

삼성전자의 안내와 달리 현실적으로 통신사, 대리점, 판매점과의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원활한 교환/환불을 받을 수 없다. 때문에 노트7 사용자들은 12월 31일까지 ‘자발적으로’ 대책을 마련하여 어떻게 노트7을 처리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안녕. 내 마지막 갤럭시

언제 터질지도 모르는 제품을 계속 사용해야 하며, 실제로 마땅한 대안이 없어 노트7을 강제 회수하기 전까지 사용하겠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일부 사용자는 ‘모든 물리적, 시간적 비용을 보상하라며 1차 리콜 기한이었던 내년 3월까지 교환 기간을 늘려 갤럭시 S8으로 교환해달라’고 요구한다. 물론, 성난 소비자들의 다소 과격한 요구나 행동도 없지는 않다. 제조사와 소비자들의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갤럭시 노트7만 있다면 주변 사람의 시선을 만끽할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주변 사람들이 쳐다본다’, ‘주위에서 언제 터지느냐고 물어본다’ 등의 이야기는 이제 그다지 신선한 농담도 아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으로 교체받는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이 모든 불편함은 삼성전자 스마트폰으로 교환받지 않았기에 생긴, 일종의 ‘소비자 과실’이다. 다소곳이 갤럭시S7 등으로 교환받았다면 비교적 아름답게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을 것이다. 무려 3만 원에 달하는 쿠폰과 7만 원의 통신비 할인과 함께 말이다. 하지만 내 선택은 그것을 거부하는 것이다. 갤럭시 노트7을 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을 수많은 영혼들처럼 나도 인터넷에서 방법을 찾아 여기 기웃 저기 기웃거렸더랬다. 이 웃기지도 않은 현실을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다. 나는 갤럭시를 떠난다.

최재영
글쓴이 | 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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