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과 배터리 충전기, 체중계를 써본 뒤 샤오미 제품이 더욱 궁금했더랬다. 단순했던 이 궁금증은 샤오미의 중국 웹사이트에서 정말 다채로운 제품을 발견한 뒤에 샤오미는 무엇을 꿈꾸고 있을까에 관한 궁금증으로 변했다. 이들의 제품이 그저 대륙의 실수라고 말하기보다 계획적으로 움직이는지 궁금했던 것이다. 이것이 샤오미의 모든 제품을 한 번 다 써보자는 생각을 굳힌 계기다. 그리하여 또 다른 샤오미 제품을 물색하던 중 멀리 여행을 갈 때나 집을 비울 때 집안의 관찰할 수 있는 용도로 쓰기 위한 샤오미 Yi 스마트 CCTV를 선택했다.
패키지 | 언제나 깔끔하다
패키지 디자인은 샤오미의 강점이다. 정말 군더더기 하나 없이 깔끔하다. 패키지를 열자 마이크로 USB 케이블과 Yi 스마트 CCTV 카메라, 전원 어댑터가 있다. 이 제품을 내게 보낸 판매자가 11형 플러그를 oo형으로 변환해주는 돼지코를 동봉한 덕에 한국에서 쓰는 데 문제 없을 듯하다.
Yi 스마트 CCTV를 꺼내보니 패키지 만큼이나 모양도 단순하고 마감이 깔끔하다. 하지만 다른 회사 카메라의 모양새를 본떴다는 이야기도 인터넷에 많이 나돌고 있다.
구조는 단순하다. 앞쪽에 카메라가 툭 튀어 나와 있고, 뒤쪽에 마이크로SD 카드 슬롯과 마이크로 USB 단자, 그리고 자세히 살펴봐야만 보이는 리셋 스위치가 있다. 마이크로 SD카드는 꽂지 않아도 작동한다. 하지만 동영상을 저장할 수 없기 때문에 되돌려보기 기능을 쓸 수 없다.
설정 편의성 | 그냥 설치로 끝나지 않네?
Yi 스마트 CCTV 를 쓰려면 iOS 또는 안드로이드용 앱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설치해야 한다. 앱은 두 가지. YI 카메라 전용 앱이 있고 스마트홈(Smart Home)용 앱이 있다. 설명서에 붙어 있는 QRCode를 비추면 저절로 앱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웹사이트로 연결된다. 두 가지 중 한 가지 앱으로 초기 설정을 마치면 그 이후 아무 앱을 실행해도 이 카메라의 실시간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앱을 실행하면 화상 채팅을 하거나 CCTV로 쓰거나 애완동물 관찰용으로 쓰라는 안내 그림이 뜬다. 설정 상태로 들어간 뒤 무선 랜 비번을 입력하고 카메라에 전원을 켜면 카메라 앞쪽 LED에 노란 불이 켜진다. 그리고 카메라 스피커에서 알 수 없는 중국말로 설정에 관한 설명이 나온다. 중국어를 배우지 않고 알아듣기는 힘들 것이다.
아이폰 또는 스마트폰에서 AP 이름과 비밀번호를 쓴 다음 스마트폰을 마이크 부분에 가져다 대면 비가청 주파수로 카메라에 정보를 전달한다. 그 정보를 카메라가 정확하게 이해하면 앞쪽 LED가 노란색에서 파란색으로 깜빡인다. 카메라에서 정보를 제대로 알아챈 이후에 파란색 LED는 깜빡임을 멈추고, 앱에서 카메라로 수신된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사실 이 부분은 될 가능성보다 안될 가능성이 높다. 주변에 너무 잡소리가 많거나, 스피커 음량이 너무 적거나, 반대로 너무 크거나, 카메라 마이크 부분에서 소리를 받을 때 성능이 좋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로 추측된다.
나도 처음은 성공했다. 하지만 펌웨어를 업데이트한 뒤 10번 이상 실패한 끝에야 겨우 성공했다. Yi 스마트 CCTV가 잘 작동하지 않으면 카메라 뒷 부분에 리셋 버튼을 뾰족한 클립으로 꼭 눌러 초기화한 뒤, 다시 노란색 LED를 확인한 후 처음부터 다시 설정한다. 한번 하는 게 어렵지 다시 설정할 때는 쉽다.
화질과 성능 | 가성비만 생각하자
동영상 녹화 해상도는 720p다. 4K 시대에 접어드는 요즘 시대에 720p라면 별로라고 할테지만, 값을 생각하면 그리 나쁘게만 볼 건 아니다.
일단 거실의 불을 다 끄고 안방의 간접 조명만으로도 잘 볼 수 있는지 확인했다. 비록 흑백 영상만 볼 수 있지만, 생각보다 잘 보인다. 이번에는 안방 조명까지 완전히 불을 끄고 창 밖 가로등 조명 정도만 빛이 들어오는 상황으로 바꿨다. 확실히 빛이 없으니 거의 보이지 않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검은 영상만 나오는 건 아니었다. 희미하게나마 윤곽을 확인할 수 있는 정도는 된다. 어두운 곳에서 신기하게도 고양이 눈만 밝게 빛나는 것이 보인다. 만약 조명을 끈 채 실내 영상을 보고 싶은 이들은 더 비싼 IR 카메라가 있는 버전으로 구입해야 한다.
Yi 스마트 CCTV의 화각은 110도. 거실 가운데에 두면 그 정면 벽은 거의 다 볼 수 있을 만큼 넓어 만족스럽다. 하지만 실시간 스트리밍 영상은 지연이 심해 눈에 거슬린다. 이것은 Yi 카메라의 영상이 스마트폰으로 직접 전송되는 게 아니라 서버를 거쳐 오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진 문제다. 다행히 서버를 통하지 않고 직접 스트리밍을 받으면 해결되는 문제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http://www.clien.net/cs2/bbs/board.php?botable=use&wrid=740603 와 http://en.miui.com/thread-70205-1-1.html 을 참고하면 된다. 펌웨어를 다운그레이드 하는 문제가 있으니 유의해서 하길 바란다)
카메라 앱에서 마이크 버튼을 누른 채 말을 하면 카메라의 스피커에서 소리가 나온다. 마이크 버튼을 반드시 누른 상태에서 말을 해야 하는데 소리가 전달되고, 버튼을 떼면 카메라 앞에서 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를 잘 이용하면 양방향 음성 대화를 할 수 있다. 애완 동물을 부르거나 할 때 유용하게 쓸 수 있으나 무전기처럼 정말 양방향으로 주거니받거니 하는 편은 아니다. 펌웨어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이를 좀더 유연하게 해결할 수 있을 듯하다.
앱의 그래픽 인터페이스도 다른 샤오미 앱처럼 군더더기 없이 잘 만들었다. 메뉴가 직관적이고 기능 옵션도 최소화했다. 샤오미가 최근 글로벌 진출에 애를 쓰고 있어서 그런지 영문으로도 잘 나온다. 안드로이드 앱은 한국 개발자가 모든 메뉴를 한글로 만들기도 했다.
평가 | 손해 본 느낌은 아니다
샤오미 제품은 언제나 중국에서 바로 사면 정말 싸게 살 수 있지만, 배대지를 이용하면 좀더 비싼 값에 사야 한다. 또한 알리익스프레스와 같은 곳에서 빠른 배송으로 제품을 받으면 배송비가 붙어 역시 비싸진다. 샤오미 제품들이 싼 가격에 좋은 성능을 내는 덕분에 칭찬할 만하지만, 우리나라에 조금 비싸게 들여오고 보니 그런 기대는 살짝 무너지고 만다.
그래도 Yi 스마트 CCTV는 살짝 무너진 기대감을 보충할 만큼, 내게 있던 몇 가지 고민을 덜어낸 점을 칭찬하고 싶다. 원래 구형 아이폰을 CCTV로 쓰려고 애를 썼지만, 저장공간의 문제나 화면을 계속 켜놔야 하는 문제 등 여러 여건이 맞지 않던 터였다. 이런 상황에서 Yi 스마트 CCTV를 만나니 그런 고민들이 말끔하게 사라졌다. 무엇보다 저장문제와 화각 문제가 해소 된 것이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마이크와 스피커로 거실에 홀로 있는 고양이를 부를 수 있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이점이다. 일반 카메라는 화각이 좁아서 거실 등 넓을 공간을 담기에는 무리라서다.
다만 애플 제품과 손쉽게 연동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 할 듯하다. 조금만 손을 보면 바로 실시간 영상을 스트리밍 서비스로도 볼 수 있다지만, 그리 쉽진 않다. 아무래도 이를 위한 간단한 앱을 하나 만드는 것이 더 편하고 빠른 해결책이 아닐까 싶다.
물론 Yi 스마트 CCTV는 100% 만족스럽지는 않다. 하지만 단돈 24달러-물론 실제 구입가는 이보다 비싸다-라는 가격에 의외의 품질을 보여준 덕분에 손해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아마도 다음은 조금 돈을 더 언저 주고라도 적외선(IR)이 들어가 야간에도 찍을 수 있는 CCTV로 구입할 듯하다.
원문 출처 | 블로그 krazyeom’s epilogue